2m가량의 좁은 골목길이 구불구불 이어진 거리에는 한 눈에 봐도 호객행위를 하러 나온 성매매업주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가게 하나 걸러 하나꼴로 ‘폐업’, ‘가게 내놓음’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기자가 가게 앞을 지나기가 무섭게 천막 안 전기장판에 앉아있던 업주가 팔을 붙잡았다. “파트너를 찾느냐”고 묻는 나이든 업주의 얼굴엔 ‘간곡한’ 웃음이 묻어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다음달 9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한 심판 변론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서울 북부지법이 “국가가 착취나 강요 없는 성인간의 성행위까지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지 2년여만의 일이다.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만난 성매매업주들은 성매매특별법이 폐지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은근히 드러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62년만에 간통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만큼, 성매매특별법도 폐지될 가능성이 없잖다는 것.
18일 찾은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만난 성매매업주들은 성매매특별법이 폐지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은근히 드러냈다. |
90년대 후반부터 집창촌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해왔다는 50대 업주 A 씨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윤락행위를 단순히 나쁘다는 이유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까지 침해해가며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같이 기대했다.
반면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한 성매매여성은 “실제로 폐지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여성은 “간통죄도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라는 이유로) 폐지됐는데, 법이 (성매매같은) 남의 성생활 문제를 간섭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창촌 업주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뒤, 경찰이 ‘삐끼 단속’이라 불리는 함정 단속을 자주 벌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잦은 단속으로 손님과 업주들에게 과한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단속에 대한 부담으로 손님들도 발길을 끊어, 요 몇 년 새 손님을 받는 날보다 공치는 날이 더 많다고도 했다.
지난 12일에도 사복 경찰이 업소에 들이닥치는 일이 벌어져, 성매매여성 200여명이 종암 경찰서에서 항의 방문을 한 차였다.
10여년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성매매업주 B 씨는 “길 건너 ○○이네는 단속으로 추징금이 1억8000만원이나 나와 항소로 1억2000만원까지 깎았다”고 했다.
이어 B 씨는 “차라리 성매매특별법 폐지 후 공창을 만들면, 성매매업주와 여성들도 세금을 낼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며,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우리도 세금으로 나라에 이바지 할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도 “단속 들어오면 손님 뺄 곳도 없고, 손님 가정도 파괴된다”며 B 씨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면 음성ㆍ변종화된 성매매업소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에는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18일 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촌에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A 씨는 공창제도를 부활시키고 음성ㆍ변종화된 성매매업소는 철폐하자는 김강자 전 종암서장의 발언에 대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면서도 “이미 음성화된 업소가 자리잡은 지 오래기 때문에 더 음성화되고 변종화됐음 됐지, 없애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업주들과 얘기를 마치고 정릉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는 길에 십여 개의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찰 단속을 의식한 듯 대부분 검은색 셀로판지로 가게 내부를 가린 상태였고, 업주들만이 부단하게 지나가는 남성들의 팔을 이리저리 잡아끌었다. 그 너머로 색이 다 바랜 성매매특별법 폐지 촉구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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