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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 - 정제영] ‘수학포기 학생’과 교육과정 개편
뉴스종합| 2015-08-04 11:02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59.7%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 소위 ‘수포자’라고 발표됐다. 고등학생의 과반수를 넘으니 정말 높은 수치이다. 학교가 학생의 학습을 위해 존재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수학 수업과 평가를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수포자를 위해서 수학교육과정을 쉽게 바꿔야 한다든지 학교에서 실생활에 쓸 수 있는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려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이야기들이다. 

‘2015 교육과정’ 개정 2차 공청회에서 수학 교육과정과 관련해 제안된 내용 중에서 두 가지 내용이 주목된다. 첫째는 ‘2009 교육과정’과 비교할 때 성취기준의 측면에서 학습량을 20% 정도 줄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평가 유의사항을 통해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문항의 출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모든 학생의 수학 학습량을 줄이는 것이 교육과정 개편의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교육과정에서 내용을 줄이는 것이 60%에 달하는 수학포기 학생들을 위해서 필요한 교육과정 개편의 내용으로는 타당하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이공계열 인재들의 역량을 계발하기 위한 보완책도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대학 입학을 위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교육과정의 개편만으로는 사교육을 줄이기 어렵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교육은 경쟁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편방안에서 더 고려해줬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먼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선택형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것이다. 수학 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에도 기본 교과와 심화 교과를 더 세분화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

또 평가와 교육과정이 함께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총론적 정책 목표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결국 평가의 변화가 함께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원인이 있다.

학교 내 평가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평가가 모두 함께 변화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관점이 교육과정 개편에 더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총론적으로는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좀 더 구체적인 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서 교육과정 개편은 전국의 학교에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수업의 내용을 바꿀 수 있고, 학생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육과정 개편의 목적과 내용은 다변량 함수이기 때문에 고려해야할 사항이 너무나 많이 있다. 정책당국에서는 신중한 검토 과정을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해답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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