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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끝판왕’ 트럼프… 공약대로면 20년간 15조달러 세수 줄어
뉴스종합| 2015-12-23 09:55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약한 세금 정책이 실행되면, 향후 10년간 1경(京) 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그의 대선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 의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택스폴리시 센터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세금 공약을 실행할 경우 향후 10년 동안 미국 재정 적자가 최소 9.5조 달러(1경1129조 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또 그후 10년 동안에는 15조 달러(1경6600조 원)의 재정 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수 부족으로 미국 정부가 빚을 낼 경우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만약 그것마저 포함한다면 재정적자 규모는 수조 달러 규모가 불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감세안이 시행되면 미국 정부는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2025년 정부 지출을 현재에 비해 20% 가량 줄여야 하고, 이는 대부분 국방과 사회 복지 분야 지출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택스폴리시는 내다봤다.

이는 트럼프의 세금 공약이 대체로 감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난 9월 저소득층 수백만 명의 연방 소득세를 완전히 면제하고, 최고 소득계층에 적용하는 세율도 현재 39.6%에서 25%로 낮추는 한편, 상속세와 법인세도 각각 폐지하거나 감축하는 내용의 파격적인 세금공약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당시 “세율을 인하했지만, 많은 세금공제를 없앰으로써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고 밝혔지만, 공허한 약속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택스폴리시는 그 감세 혜택마저 대부분 부자에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세금 정책을 적용할 경우 상위 0.1%는 평균 130만 달러 혹은 세후 소득의 19%에 달하는 감세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중산층은 평균 2700달러 혹은 세후 소득의 4.9%에 달하는 혜택만 누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황당한 포퓰리즘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만리장성’을 쌓고, 속지주의 국적제도를 폐지하자 하는 한편,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해 미국 내 인종주의적 정서를 부추겼다.

지난 21일에는 민주당의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성적 비속어’를 동원한 막말을 퍼부어 크게 논란이 됐다. 트럼프는 힐러리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에게 패한 사실을 거론하며 “힐러리가 이길 판이었는데, 오바마에 의해 ‘X됐다’(got schlonged)”고 말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이디시어(Yiddish :중앙-동유럽권의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다.

트럼프는 또 지난 19일 민주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 도중 힐러리가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토론에 수십초 가량 늦게 입장한 일을 놓고도 “도대체 힐러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나는 어디에 갔는지 안다”고 조롱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공보책임자인 제니퍼 팔미에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지만, 이같은 모멸적 언사가 전체 여성에게 주는 모욕감을 아는 모든 이들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막말 정치가 극단을 향해 치달으면서, 한 때 트럼프 돌풍 현상을 상징하는 단어였던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주의)’은 트럼프 식 극단적 정치 행위를 비꼬는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의 대권 획득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막상 본선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12월16∼20일 유권자 1140명(공화당 성향 508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를 실시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만이 그가 민주당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힐러리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47%대 40%로 패배하는 것으로 예상됐고, 다른 민주당 후보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도 51%대 38%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그는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트펌프는 28%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지켰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50%에 달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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