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 GM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간접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방한 한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측과 한국GM의 실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계속 의심하고 지원에 미온적이라면 바라 회장이 직접 문 대통령과 면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나 산은이 제시하는 지원 수준이나 의사 결정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 면담을 통해 더 크고 빠른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공식 발표된 내용이 아니니 속단하긴 이르다. 바라 회장의 대통령 면담 의사를 앵글 사장이 전한 것인지, 전략적 차원에서 앵글 사장이 자의적으로 한 말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성장 궤도에 오른 브라질GM의 사례를 활용하는 일종의 ‘압박 카드’라일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실제로 3년전 구조조정 대상이던 브라질GM은 배라이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세금 감면과 대출 등 대규모 재정 지원을 약속받은 뒤 적극적인 투자로 돌아서 브라질 내수 점유율 1위에 올라설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2015년부터 그 과정을 진두지휘 한 게 앵글 사장이다.
하지만 앵글 사장이 감지하지 못한 것이 있다. 브라질과 한참 다른 한국적 상황과 정서다. 3년전 브라질GM 공장은 인력 구조조정만 진행됐고 공장 폐쇄단계는 아니었다. 게다가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내수가 중요했고 GM측의 5개년 투자계획도 명확했다. 대통령과 회장이 만나서 결정된 게 아니다. 두 사람의 회동은 결정된 내용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절차로 보는 해석이 많다.
한국에선 일개 기업 총수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결례다. 그건 어느 나라건마찬가지다. 투자유치를 위해 국가 원수가 직접 뛰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그토록 여러차례 장관들을 면담하고도 통하지 않던 일이 대통령 면담으로 성사된다면 오히려 여론만 악화된다.
지금 한국 정부는 필요한 부분의 지원 방침에대해 이미 결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언제 얼마의 지원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중이다. 그 전제가 정확한 실사다. 밑이 빠졌는지, 깨졌는지, 구멍이 났는지 독을 제대로 살펴봐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오늘날 한국GM 부실의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시간이 급하다고만 하기보다 실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일이다.
바라 회장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 면담이 아니라 실사협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