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실 SkyHD 제작본부장
지상파와 IPTV, 위성방송을 막론하고 시청자에게 가장 흥미로운 방송 형식은 역시 생방송이다.
‘방송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생방송은 그러나 제작자와 진행자에게 엄청난 부담과 위험을 안긴다. 축구 생중계 도중 위성 신호가 고르지 않아 컬러바가 뜨거나, 전화 연결 중 시청자가 욕설을 퍼붓고 출연 예정자가 온에어 불이 켜진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않을 때, 방송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피가 마르고 애간장이 녹는다.
필자가 방송계에 입문한 30년 전, 국내 최초로 컬러 방송이 시작됐고 당시 대부분의 국민을 TV 앞에 멈추게 했던 대표적인 생방송이 ‘이산가족찾기’였다. 남북에서 온 남매가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트릴 때 수백만명의 시청자가 함께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 새벽녁 박지성의 영국 EPL 축구경기와 국내 걸그룹이 총출동한 골든디스크상 시상식이 안방극장에 실시간 생중계된다. 115년 전 마르코니가 전기신호를 소리신호로 바꾸는데 성공해 라디오를 발명한 이후, 매스미디어는 흑백TV와 컬러TV를 거쳐 HDTV, 3D TV로 진화해왔지만 그 매체와 세월을 막론하고 여전히 생방송은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올해부터는 이 생방송의 입체영상 시대가 열린다. 이미 2010년 6월 위성방송의 스카이3D채널을 통해 남아공 월드컵경기가 생중계됐고, 10월에는 격투기 K-1 월드그랑프리 경기, 11월에는 스페인 축구리그인 프리메라리가 엘 클라시코 등이 국내에서 3D 생중계 됐다. 물론 특집편성일 뿐 정규편성은 아니었다.
올해 들어서는 스포츠 경기의 3D 생중계 소식이 더 잦고 강하게 들려오고 있다. 우선 스페인 축구 리그인 ‘La Liga’의 경기가 4월부터는 매주 3D로 중계되며, 프렌치 오픈 테니스, 미국의 MLB 경기도 정규편성되어 3D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작년 영화 아바타에서 시작된 3D 열풍이 올해는 TV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수신하는 축구, 야구, 테니스 중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스포츠 대회도 3D 입체영상으로 변형돼 국내외에 방영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골프대회가 3D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고, 오는 8월에는 대구 하계 육상 선수권 대회가 3D로 중계돼 세계적인 육상 선수들의 근육의 미세한 떨림을 안방극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화, 또는 녹화 중계에 그쳤던 3D 방송이 올해는 마침내 ‘방송의 꽃’이라는 생방송과 운명적인 조우를 한다.
우샤인 볼트의 탐스런 근육과 걸그룹의 화려한 손짓이 우리집 안방에 생생하게 울려퍼질 날이 코 앞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TV의 새로운 진화다. 올해는 마침내 3D TV 가격도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은 3D 태블릿 PC에라도 기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