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한 사람은 까다롭고 도도한 데 의외의 따뜻함을 안고 있는 ‘그 남자’ 현빈이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SBS)’으로 시작된 ‘현빈앓이’는 드라마가 끝이 난 이후에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빈이 부른 ‘그 남자’를 듣고, 현빈의 이야기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이제 현빈의 영화를 기다린다. 그런데도 부족하다. 현빈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그 드라마는 이미 떠나버렸고, 현빈은 곧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도 ‘현빈 신드롬’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앞서 말했던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15초 안에 현빈의 여자친구가 될 수 있다.
드라마 속 연인 하지원도, 영화 속 연인 임수정도, 그의 실제 연인 송혜교도 아닌 오로지 ‘나’를 향해 웃어주는 현빈을 만날 수 있다. 15초의 마법은 이제 시작된다.
현빈이 등장하는 P사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간단한 몇 가지 방법을 거치게 된다.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P사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일 수는 있으나, 일단 시작해보면 그러한 잡념은 사라진다. 입력이 끝났다면 잠시만 기다리자. 그 기다림은 길 수도 있으나 15초 정도면 된다. 이제 ‘그 남자’가 온다. 그는 곧 ‘내 남자’가 된다.
잠에서 깨어난 현빈에게 듣게 되는 첫 마디는 ‘잘 잤어, 우리 애기’, 사진 속 주인공이 내 자신이기에 몰입도는 더욱 높다. 사진을 넣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제 어디서든 현빈의 곁에서 그의 연인이 되는 방법이다. 게다가 그에게 전화도 온다. 나의 휴대폰으로. ‘002’로 시작한다고 국제전화는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감미로운 이 남자의 목소리를 휴대폰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게다가 그의 스타일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2분간의 마법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현빈이 순식간에 내 남자친구가 되는 이 광고 이벤트는 국내 업체로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인터렉티브 무비’로 지난해 12월 ‘웹어워드 코리아 2010’ 온라인 마케팅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빈앓이는 결과로 증명됐다. 2010년 12월 당시 필립스 라이프스타일부 김영진 부사장은 “센소터치 3D 인터렉티브 광고 캠페인의 인기와 함께 제품 매출 또한 크게 늘었다”며 “센소터치 3D 전 필립스 면도기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아키텍’ 제품 런칭(2007년) 대비 498%의 매출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굳이 이 제품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빈앓이’가 극심한 이들에겐 순간의 설렘이 찾아오는 방법을 제공할 뿐이다. 무심코 시작했다 의외의 환희까지 경험할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현빈앓이에 빠져있는 환자라면 말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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