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상이변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로 ‘식량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곡물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밀ㆍ옥수수ㆍ콩 등 핵심 곡물 국제 시세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힌 지난 1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44%가 올랐다. 육류와 오일, 유제품 등 55개 품목을 묶어 산출하는 식량가격지수는 식량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8년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곡물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가격 폭등을 불러온 기상이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폭우, 혹한과 혹서가 미국ㆍ호주ㆍ러시아ㆍ남미 등 세계 주요 곡창지대를 덮쳐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지만 이보다 더한 재앙적 천재지변이 수시로 닥친다는 것이다. 올겨울만 해도 200년 만의 가뭄으로 중국의 겨울밀 생산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FAO는 진단했다. 더욱이 최대 곡물공급국인 러시아가 생산 감소를 이유로 밀 수출 중단을 전격 선언, 식량 무기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우리는 식량자급률이 25%에 지나지 않는다. 자급 가능한 곡물은 쌀 한 품목뿐이며 밀·옥수수·콩 등 주요 작물은 거의 전량을 수입해야 한다. 국제 곡물가격이 조금만 출렁거려도 그 충격이 그대로 장바구니에 미치는 취약한 구조다. 실제 최근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라면ㆍ과자ㆍ빵ㆍ밀가루ㆍ두부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다.
식량 수급은 단순 경제거래가 아닌 안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짧은 시간에 높이기는 어렵지만 수급 기반은 안정돼야 한다. 먼저 수입곡물 대부분을 글로벌 메이저 사에서 들여오는 시스템부터 바꾸는 게 급하다. 이들에게 끌려다니면 식량 대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우리 종합상사 등이 나서 계약재배, 선물거래 등을 통해 안정적 직수입선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 이런 구조다. 또 몽골 등 기후 조건이 좋고 땅이 넓은 지역에 대한 농업투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주요 곡물생산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확실한 수입선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ㆍ미 FTA의 조속한 비준 의미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