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기부활동을 펼치는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재산의 3분의1에 해당하는 재산을 자선재단에 쏟아붓는 바람이 세계 갑부 순위에서 2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9일 게이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갑부 2위에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할 연례 ‘억만장자’ 순위에서 게이츠가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도 두 사람은 나란히 1, 2위에 올랐었다.
게이츠의 순자산은 49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그와 기부서약운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보다는 앞서지만 600억달러 상당을 보유한 슬림보다는 적은 규모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게이츠가 1994년 창립한 ‘빌&멜린다 게이츠 자선재단’에 거액을 기부하지 않았다면 그의 재산은 880억달러로 늘어나 세계 1위가 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게이츠는 그동안 280억달러를 기부했다.
신문은 포브스의 억만장자 순위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갑부들의 자선 기부 태도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슬림은 기업가는 “산타클로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통한 부의 창출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슬림은 자선단체에 수십억 달러의 기부를 약속했지만 게이츠의 막대한 기부액에는 훨씬 못미친다. 버핏은 게이츠의 자선재단에 80억 달러를 기부했고 재산 대부분을 사망 시 기부하기로 서약했다.
게이츠는 거액의 유산은 오히려 자신의 세 자녀를 망칠 것이라며 거의 모든 재산을 자선재단에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와 자선 포럼의 글렌 맥도널드 회장은 게이츠는 미국 부자들의 자선활동 접근방식에 큰 영향을 줬다고 평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