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I) 규제를 부활키로 한 것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약 80%인 800조원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DTI 규제완화 조치를 연장할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 증가를 가속화해 궁극적으로 가계와 금융권의 신용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가계부채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61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5조4000억원, 2분기 15조8000억원, 3분기 15조1000억원, 4분기 25조400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4분기 중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DTI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8.29 조치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작년 4분기중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 4조6000억원의 두배 수준인 8조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자율 상승에 따른 가계빚 부담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폭은 인플레 압력 수준을 고려할 때 0.5% 포인트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폭 만큼 시장금리가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가계이자 부담은 올해 4조원(가계부채 800조원 감안시)가량 불어나게 된다.
DTI 규제의 취지가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점 또한 규제 부활의 원인 중 하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DTI는 금융회사 건전성 유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거나 침체를 막을 목적으로 활용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가계부채가 심감한 상황인 만큼 DTI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