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착시=2009~2010년의 주가반등은 금융위기로 저평가됐던 자산이 제 가치를 찾는 과정이었다. 선진시장 대비 저평가됐던 신흥국, 선진글로벌기업 대비 저평가됐던 한국 기업에 대한 재평가다. 그런데 올 해는 좀 다르다. 미국의 양적완화와 유럽의 팽창적 통화정책, 그리고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재정지출로 유동성은 천문학적으로 늘었났다. 아직 선진국 경기에 대한 확신은 부족한데 주가 뿐 아니라 원자재 등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얼핏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것 같지만, 달리 보면 화폐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일 수 있다.
▶빚과 레버리지의 착시=해외에서는 우리 가계빚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괜찮다’는 분석이 많다. 가처분소득대비 이자비용이 감당할 만하고, 금융순자산이 부채보다 더 빨리 늘어나고 있으며, 그리고 고소득층의 부채가 저소득층 부채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노령화 상황에서 은퇴후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노후관련 복지시스템이 미비해 은퇴후 이자부담이 크다. 선진국과 부채 통계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금융순자산 증가속도는 투자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의 덕분일 수 있다. 또 자산 100억원에서 부채 60억원과 자산 5억원에서 부채 3억원은 그 무게가 다르다.
▶정책과 정치의 착시=공교롭게도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세무조사니, 압수수색이니 해서 재계가 어수선하다. 물가를 잡겠다며 제품가격 인하압력도 공공연하다.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한 정부의 친서민 정책선언 이후 기업과 공권력의 만남이 잦아졌다. 공권력을 만난 기업의 주가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을 위한 고환율정책은 서민들의 살림살이만 옥죌 수 있고, 서민을 위한 제품가격 인하압력은 기업들의 수익성만 훼손시킬 수 있다. 정책과 정치는 같은 듯 다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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