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에서 ‘레이코’ 역을 맡은 일본 여배우 기리시마 레이카가 기타를 치며 이 곡을 부르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OST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은 노래 ‘Creep’이나 앨범 ‘OK computer’ 등으로 현역 최고의 록밴드 중 하나로 꼽히는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맡았다. 트란 안 홍 감독은 ‘씨클로’에서 ‘Creep’을 삽입해 라디오헤드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번 OST에서 조니 그린우드가 선택한 곡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60년대 말 결성된 독일의 전위적인 록밴드 ‘캔(CAN)’의 작품이다. ‘Mary, Mary, So Contrary’ ‘Bring Me Coffee or Tea’ ‘Don‘t Turn the Light On, Leave Me Alone’ ‘She brings the rain’ 등 4곡이 영화 속에서 연주된다. 캔은 60~70년대 주로 활동했던 밴드로 미국의 벨벳 언더그라운드, 프랑크 자파 등과 비견되는 진보적이고 전위적인 사운드를 구사했다. 특히 전자음을 많이 써 영미의 록음악과 다른 지류를 형성했던 ‘크라우트록’(독일록)의 선구자 중 하나다.
대학가에 격렬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일본의 60년대 말을 배경으로 친구ㆍ연인의 죽음을 겪은 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데올로기의 시대, 젊은 세대의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고민과 혼돈을 묘사한 영화와 절묘하게 조우하는 선곡이다. 최근 정규 앨범을 발표한 라디오헤드의 이름은 일본 영화 ‘고백’에서도 등장한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다시피 한 곡이 라디오헤드의 ‘Last flowers’로 기존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미발표곡이다. 피아노에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 속에 보컬인 톰 요크의 음울한 미성이 강렬한 영상, 비극적인 스토리와 어울렸다. 이 영화에는 일본의 실력파 밴드인 보리스(Boris)와 일본 걸그룹 AKB48의 노래도 담겼다. 이중 보리스는 지난 1994년 결성된 일본의 3인조 록밴드로 사이키델릭, 펑크, 노이즈, 미니멀리즘 등 실험적인 록음악으로 유명하다. 몽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에 육중하고 날카로운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압권이다. 5명의 여전사가 가상 현실 속에서 파격적인 액션을 펼치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써커 펀치’에는 귀에 익은 곡과 낯선 음악이 섞여 있다.
유리스믹스의 ‘스위트 드림스’와 모리시의 ‘어슬립’이 주연 여배우 에밀리 브라우닝의 목소리로 연주됐고, 록밴드 퀸의 대표곡 ‘위 윌 록 유’가 리믹스 버전으로 담겼다. 아일랜드 출신의 여가수 비요크의 ‘아미 오브 미’와 미국의 펑크밴드 스컹크 아난지가 연주하는 이기 팝의 ‘서치 앤 디스트로이’도 들을 수 있다. 난도질과 총격, 누드, 섹스 등 난장 B급 액션을 보여주는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마셰티’는 라틴록과 라틴팝의 잔치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 한 범죄물답다. 텍사스 토네이도스, 티토, 칭곤(Chingon) 등 라틴계 뮤지션들의 음악과 얼터너티브 록밴드 ‘걸 인 어 코마’의 신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