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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200시대의 暗, 증시에 드리운 20:80의 그림자
뉴스종합| 2011-04-26 10:22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 한국 증시에 입증되고 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수출주와 내수주의 극단적 엇갈림이다. 코스피 2200시대, ‘경제의 거울’인 증시에 비친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은 양극화를 넘어 극단적인 ‘쏠림’이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대상군인 코스피200의 25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1087조6312억원, 이가운데 20%인 상위 40종목의 시총은 806조8539억원으로 74.18%에 달한다. 80% 턱 밑이다. 올 해 불어난 이들 40종목의 시가총액은 82조979억원으로 코스피200 증가액 32조5685억원의 2.52배에 달한다. 몇몇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모두 ‘대재벌’ 계열사다. 특히 한때 시총 상위에 군림했던 금융지주사들은 신한지주만 유일하게 10위권에 턱걸이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하이닉스와 박빙이다.

25일 삼성, 현대차그룹, LG, SK, 현대중공업 등 5대 재벌의 시총은 631조7855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주식시장(1338조5504억원)의 47%가 넘는다. 롯데(36조1537억원) 한 군데만 더 하면 50%다. 이달 들어 이들 5대그룹 시총 증가액만도 82조원이 넘는다.

이원기 PCA운용 대표는 “코스피 2200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왠지 씁쓸하다. 노키아의 경제 비중이 높은 핀란드 정도를 제외하면 OECD회원국 증시 가운데 이처럼 극단적인 쏠림현상을 보이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특히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엇갈림은 외부 변동에 대한 증시 취약성을 암시한다. 또 수출주와 내주수의 극명한 엇갈림에 따른 경제 노쇠화와 이에따른 성장한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은 “한국기업이 강해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환율이라는 우호적 환경이 가져다준 수혜를 생각해야한다. 환경이 바뀌면 그동안 누린 것 이상의 댓가를 지불해야할 수 있다”며 극단적 쏠림을 경고했다.

특히 박 회장은 IT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보다는 애플의 가능성에 더욱 주목했다. 최근 IT가 자동차와 화학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IT의 주도권이 삼성에서 애플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자동차도 화학도 지금은 잘 나가지만 점점 글로벌화 될수록 이건희 삼성 회장이 언급한 ‘글로벌 견제’를 당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경제, 증시 구조의 취약성과 함께 20대80의 주식시장이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는 ‘국민’이다.

코스피200 상위 40종목의 주주구성은 주로 대주주일가와 외국인, 그리고 일부 개인투자자다. 중산층 또는 서민으로 표현되는 일반투자자의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 약 100조원에 불과한 국내 공모주식형펀드는 코스피 2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다.

이러다보니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해도, 서민 가계 순자산증가에 따른 ‘부의 효과’도 일부 명품등 고소득층 중심으로만 나타나고 있다. 서민들에게는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만 더욱 피부에 와닿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가계 저축은 줄었는데 차입을 통한 부동산 투자, 사교육비 부담 등은 늘면서 실질소득증가는 정체다. 기업성장의 과실을 일반국민들이 누릴 수 있게 하려면 주식의 대중화, 펀드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기석 삼성운용 팀장은 “앞으로도 외국인은 세계시장에서 일꾼처럼 돈을 벌어다 줄 몇몇 글로벌 기업에만 집중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 지금 서민과 중산층이 이같은 종목에 편승하지 못한다면 일본식 불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서민과 중산층의 붕괴는 그 동안 오르막을 걸어 올라온 대한민국 경제가 내리막으로 방향을 바꾸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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