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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1호’ 빈라덴의 최후…테러뒤엔 항상 그가 있었다
뉴스종합| 2011-05-03 11:35
“지하드(성전)는 계속될 것이다. 설령 내가 없더라도….”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54)이 2001년 9월 말 파키스탄의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의 10년간의 추적 끝에 사살된 빈 라덴은 2001년 9월 11일 4대의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 테러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DC의 펜타곤을 습격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지난 20년간 이슬람 과격파의 반미 선동자였던 빈 라덴은 1954년 사우디아라비아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건설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아버지 모하메드 빈 라덴이 둔 22명의 부인 사이에서 낳은 54명의 자녀 중 17번째였다. 그의 어머니는 시리아 출신으로 가족 사이에서 ‘노예’로 불렸고, 그는 동복형제 없이 노예의 자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형제 가운데 가장 신실한 이슬람교도로 알려졌다.

빈 라덴이 무장세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사우디의 남부 도시 제다에서 수학했던 16세 때부터였다. 그는 이곳에서 몇몇 회교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학교에서 “지하드(성전)는 무슬림의 책무”라고 교육받았다. 학교를 마친 후 상속받은 건설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종교적 신념에 이끌려 몇 년 후 사우디를 떠났다.

그는 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이에 대항하는 테러조직에 가담했다. 이곳에서 10여년간 무슬림 무장조직 전사로 활약하면서 이슬람 저항운동의 영웅으로 칭송됐다.

그 후 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자 사우디로 돌아왔으나 사업가로서 정착하지 못했고, 94년에는 이집트와 알제리의 과격 회교단체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여권까지 압수당했다.

88년 8월 알-카에다를 창립한 그는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자 미국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선언했다. 그는 96년과 98년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회교교령에서 “회교도들에게 언제든 할 수만 있다면 미국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살해하라”고 촉구했고 미국인에게 사우디를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빈 라덴은 스스로 ‘미국의 적’임을 자칭했다. 그는 미국의 모든 것을 혐오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표방했고, 그동안 미국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배후 인물로 지목돼왔다.

빈 라덴은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였지만 무장 전사보다 조용한 선동가에 가까웠다. 그를 여러 차례 만난 적 있는 프린스 투르키 전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장은 그에 대해 “대화하는 동안 언성을 높인 적이 없는 차분하고 열정에 찬 사람이었다”며 “그는 행정학 학위를 이용해 이슬람 전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반미ㆍ반서구의 이념적 선동가였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9ㆍ11 테러 당시 아프가니스탄을 근거지로 활동했으며 지난 10년간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지의 은신처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 통신장치를 일절 두지 않은 은둔의 귀재였지만 미국의 집요한 수사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현상금 2700만달러의 ‘공공의 적’ 1호였던 빈 라덴은 10년간의 추적, 40분간의 교전 끝에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하지만 “내가 없더라도 지하드는 계속된다”고 했던 그의 말처럼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보복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눈길끄는 그의 말말말

▶우리는 죽음을 사랑한다. 미국은 삶을 사랑한다. 그것이 미국과 우리가 다른 점이다.(2001년 11월 비디오테이프)

▶나는 단지 자유롭게 사는 것을 맹세했다. 비록 내가 죽음의 쓴맛을 본다고 해도 굴욕과 기만 속에서 죽고 싶지 않다.(2006년 이슬람 웹사이트에 올린 테이프)

▶알라신에 의해 미국의 가장 취약한 곳이 타격을 받아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건물(월드트레이드센터)이 파괴됐다.(2001년 10월 7일 9ㆍ11 테러 발생 이후)

▶영국과 스페인, 호주, 폴란드, 일본, 이탈리아 등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동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우리는 보복할 권리가 있다. … 미국은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의 수렁에 빠졌다. 부시는 이라크와 그 원유가 손쉽게 얻은 전리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는 심각한 비난에 직면해 있다. 신께 찬양을.(2003년 10월 알-자지라가 입수한 오디오테이프에서 이라크전쟁을 언급하며)

▶9ㆍ11 당시에도, 또 그 이후에도 부시는 진짜 이유를 숨긴 채 당신을 잘못 이끌고 있고 속이고 있다. 따라서 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동기 부여는 여전히 존재한다.(2004년 10월 비디오테이프)

▶오바마와 그의 행정부는 미국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새로운 씨를 뿌렸다.(2009년 2월 파키스탄 스와트밸리에서 군부 탄압 이후 오디오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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