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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기부, 누가 도대체 왜?
뉴스종합| 2011-05-05 08:58
억대 연봉은 모든 샐러리맨의 소망이다. 많은 이들이 꿈꾸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 꿈을 이루는 이보다 그저 꿈만 꾸다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평생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도 손에 넣기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벌기도 쉽지 않은 돈을 남을 위해 내놓는 일들이 주변에서 왕왕 일어난다. 수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댓가 없이 내놓는 이들이 있다. 말 그대로 ‘억’소리 나는 기부자들이다. 최근 대학가에 이런 착한 기부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댓가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기어코 밝히지 말아달라며 겸손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억’소리 나는 기부를 하는 걸까.

▷5억원 기부한 스님…“불교학과 불교문화연구에 소중히 써주길”=조계종 안국선원 이사장 겸 선원장인 수불스님은 6일 오후 동국대학교에 5억2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종학연구소 한국불교학진흥과 불교문화연구원 진흥을 위해 써달라”며 거액의 금액을 선뜻 기탁했다.

학교 측은 스님의 뜻에 따라 기부금을 한국불교학진흥기금(3억원)과 불교문화연구원기금(2억 2000만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 중 한국불교학진흥기금은 올해부터 매년 1억원씩 2013년까지 세 번에 걸쳐 전달된다.

수불스님은 1975년 범어사에서 지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1978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부산에서 안국선원의 모체인 금정포교당을 개원하고, 2001년 서울에 안국선원을 준공하며 재단법인을 설립하였다.

종교를 연구하는 일이 점차 젊은 학생들에게 외면당하는 현실 속에서 스님의 바람은 단 한가지, 불교연구의 활성화다.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세계적인 불교학 연구대학을 만들기 위해 스님의 기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음의 고향인 모교, 후배를 위해 10억원 기부=45년 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동문이 인생 막바지에 재산을 정리하면서 모교에 학교 발전기금 10억원을 쾌척했다. 주인공은 상과대학(현 경영대학) 58학번인 유휘성(74)씨다. “늘그막에 삶을 정리하며 재산도 정리하다 보니 모교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는 유씨는 평생 사업을 일구며 번 돈을 여생의 생활비만을 남기고 모두 모교에 기부했다.

그는 사후에 재산을 기부하기보다는 살아있을 때 하는 쪽이 ‘온기’가 남아 더 낫다고 여긴다면서 “돈이란 사람의 체온과 같아 온기가 돌 때 나눠야지 싸늘하게 식은 다음에는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10억원짜리 수표를 들고 불쑥 학교를 찾아 기부 의사를 밝힌 유씨는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며 가치있게 쓰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1억원 기부한 노(老)신사=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에 1억원을 흔쾌히 기부한 80대 노신사도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올해 81살의 노신사는 “노벨 화학상 수상자에게 주라”며 지난 2월 1억원을 서울대에 기부했다. 구형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 허름한 양복차림으로 방문한 서울대발전기금 사무실을 찾은 그는 수줍게 1억원짜리 수표를 내밀었다고 한다.

자동차 한번 제대로 굴려보지 않고 절약하며 모은 돈. 하지만 기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연구실 환경개선에 쓰라며 지난주 3000만원을 들고 서울대를 다시 찾았다.

49학번으로 서울대 상학과에 입학한 그는 “원래 화학에 취미가 있었는데 화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평생 미련이 남았다. 서울대에서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나오면 이 돈을 포상금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기부금은 서울대 자연대의 연구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연구환경 개선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노신사는 “노벨상 수상도 좋지만 상을 타게 하려면 학생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아니냐.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먼저 지원했어야 하는데 아차 싶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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