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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 신정환 VS ’휠체어’ 이선애...연예인-재벌 법정 출두 스타일은?
뉴스종합| 2011-05-18 16:31
재벌가도 연예가도 서초동을 출입하는 것은 껄끄럽다. 그 발길은 매번 무거워 온전히 본모습으로 검찰이나 법원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천태만상’이다. 재벌가에선 이미 ‘환자복’이 법정 출두 드레스코드가 됐고, 연예가에선 각자의 사정에 맞춘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끈지 오래다.

▶ ‘목발’ 짚고 ‘마스크’ 하고...부위별 맞춤 스타일링=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는 또 한 명의 연예계 스타가 등장했다.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신정환(36)이다. 이날 신정환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나 당당히 걸어나갈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오른쪽 다리에 금속판 3개와 나사못 30개를 박는 대수술을 받은 뒤라 걸음이 불편했다. 신정환은 때문에 목발을 짚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영구장애로 남을 수 있다는 진단이 보도됐기에 신정환의 이 차림은 어색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신정환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군입대를 피하기 위해 고의발치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가수 MC몽(33)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공판의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법원을 출입했다. 단정하게 정장 차림이었던 때도 있고, 편안한 복장이었던 때도 있으나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첫 공판 이후 진행된 두 번째 공판에서의 모습이었다. 당시는 2010년 11월 30일이었다. MC몽은 첫 공판 당시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던 것을 의식해서인지 검은 목도리로 입을 가렸다. 목도리로 입을 꽁꽁 싸매고 있던 탓에 겨울의 문턱이었던 계절적 요인은 아랑곳없이 오로지 MC몽의 기소 배경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MC몽은 2010년 6월부터 이어온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 고의발치에 대해서는 무죄, 공무집행에 대해서는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 대세는 ‘노메이크업’, 수수한 복장이 관건=연예계 스타들이 법원으로 향할 때에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이혼이라든지, 사건 사고 등에 연루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정갈하고 차분해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법정 안에서 화려한 스타의 이미지를 드러내기 보다는 최대한 수수한 복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전해야 한다. 여자 스타들일 경우 대체로 노메이크업으로 등장한다. 사건은 각양각색이다. 이혼이든, 뺑소니든, 사기든, 마약이든지 간에 스타들은 화려한 이미지를 벗어야한다. 늘 화사하게 다듬어진 메이크업과 완성된 스타일링은 보수적인 공간 안에서 국민법감정에 위배되기 쉽다. 때문에 선택은 ‘노메이크업’과 수수한 복장, 거기에 평소의 화려함은 벗고 순박함을 입는 것이 영리한 스타들의 결정이었다.

단 이 같은 스타일은 신뢰감을 줘야하는 사건일 때는 예외다. 사기죄든 무고죄든 오명을 벗어야 하는 스타라면 깔끔한 수트 차림이 수수한 복장보다 나을 수 있다.

▶재벌가 법정 출두 드레스코드는 ‘환자복’=재벌가에서는 하나의 트렌드가 읽힌다. 압수수색으로 시작해 검찰출두라는 단어들이 보이기 무섭게 재벌가의 회장님들은 휠체어에 오른다. 여기에 환자복까지 입는다면 ‘금상첨화’다.

누가 먼저 병원으로 향하느냐도 관건이다. 최근 태광그룹의 이선애 상무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올 때에는 미라 못지 않았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온 몸은 하얀 외투와 마스트로 가렸다.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비단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재벌가의 많은 회장님들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 한결같이 휠체어를 구해온다. 곤란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총수들의 묘책이다.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안기부 X파일’ 사건이 사법계를 뒤덮은 때가 들어온다. 당시 이건희 산성그룹 회장은 미국에서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았다. 휠체어에 오른 채 법정으로 향했다. 뿐아니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역시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휠체어에 몸을 의지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조폭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보복폭행’ 사건의 주인공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휠체어에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휠체어 출두’의 역사는 1997년 외환위기의 한 원인을 제공한 한보그룹 사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청문회장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이는 ‘휠체어 출두’의 원조격이라 할 만한 모습으로 당시 정 전 회장은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2002년 특별사면됐다.

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역시 해외도피 끝에 구속 수감된 이후로는 노상 링거를 꽂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한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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