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구멍 뚫린’ 서울하늘 방어선
뉴스종합| 2011-05-19 11:19
가짜 ‘오리콘’ 대공포 납품

50대 군납업체 대표 구속


청와대를 포함한 서울 도심 방어를 위해 집중 배치된 ‘오리콘(Oerlikon)’ 대공포의 절반 이상이 비리로 납품된 부품 때문에 포신이 조기 파열되는 등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다. 경찰은 오리콘 대공포 납품업자 1명 등을 검거해 구속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7일 가짜 오리콘 대공포 몸통을 국내에서 제작한 뒤 홍콩에 반출해 역수입하는 방법으로 국방부에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군납업체 대표 안모(52) 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발생한 오리콘 대공포는 스위스제 35㎜ 쌍열포로, 지난 1975년부터 청와대와 수도권 방어를 위해 ‘GDF-001’모델 36문이 직도입됐으며 1990년 말 성능개량 사업을 거쳐 지금까지 청와대, 수도권 영공 방어에 사용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경상남도 양산시 소재의 군납업체 대표로 지난 1990년대 말, 국방부 조달본부와 경쟁 입찰을 통해 오리콘 대공포의 ‘포 몸통’ 79개 납품계약을 낙찰받았다.

그러나 안 씨는 오리콘 포 제작회사인 스위스 콘트라베스사 규격 제품을 수입ㆍ납품하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국내 금속 가공업체에 용도 폐기된 포 몸통과 원자재, 도면을 제공해 포 몸통 79개(48억8000만원 상당을)를 제작케 했다. 이후 안씨는 이를 일반물자로 위장, 홍콩 및 미국으로 보냈다가 역수입하는 수법으로 위장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짜 오리콘 포 몸통은 시설 등의 부족으로 열처리를 하지 않아 조기에 파열되는 사고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8일, 충남 모 사격장에서 정기 사격훈련 중 사용된 가짜 포몸통이 고작 800여발을 사격한 뒤 두 동강 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그간 납품된 포 몸통 79개 중 6개가 훈련 사격 때 조기 균열ㆍ파손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또한 조달본부에 오리콘 포 몸통을 납품하기 위해 군수물자 제작 및 공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미국의 T사와 C사를 무기 제작ㆍ판매업체인 양 속여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리콘 관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 말, 오리콘 사격통제장비 성능개량 사업 때도 담당업체였던 한국레이컴이 서류를 조작해 12억원을 과다청구했다가 2001년 감사원에 의해 적발된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이원형 당시 국방부 획득정책관이 1억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관련자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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