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태규 & 이철수, 로비 실체 파악의 키맨
뉴스종합| 2011-06-01 10:35
부산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사건이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게이트’로 확대되면서 은행 대주주 등과 유력인사 간 연결고리가 된 ‘브로커’의 실체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쫓고 있는 거물급 핵심 ‘브로커’는 박태규(부산저축은행)씨와 이철수(삼화저축은행)씨로 압축된다. 저축은행 관계자 조사를 통해 이들이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키맨’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구속된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56)씨보다 ‘급’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윤씨의 입에선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검찰은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는 박태규·이철수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은 전 위원보다 폭발력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태규를 모르면 유력인사가 아니다(?)’=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태규라는 이름 석자를 모르는 유력인사는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광폭 인맥을 자랑한다는 방증이다. 70대 초반으로 알려졌으며, 유력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모임을 주선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오랜 친분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 은행이 퇴출 위기를 맞자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 구명활동을 펼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정치인은“정관계에 수시로 줄을 댈 수 있는 사람”이라며 “박씨가 입을 열면 불편해질 사람이 많다”고 했다. 박씨는 이명박 정부들어 각종 설화에 오르내린 소망교회를 다녔으며,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캐나다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의 신병확보를 위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한 걸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박태규씨의 역할을 둘러싼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전날 “박씨는 캐나다로 도피하기 전 저축은행 사람들에게 ‘내 이름이 나오면 안되니 입조심하라’고 말했다”며 “그는 현재 청와대에 있는 두 사람, 정부 핵심인 한 사람과 막역한 사이로 정부가 이런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부산저축은행 실시한 유상증자에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각 500억씩 투자토록 유도한 의혹도 사는 등 이 은행이 저지른 각종 비리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신출귀몰 이철수, 또 다른 뇌관=삼화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등 비리에서 핵심 역할을 한 걸로 검찰이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 이철수(52)씨다. 수사 초기 도주해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에서 동시에 쫓고 있지만, 번번히 체포에 실패하고 있다. 그는 삼화저축은행의 대주주로, 보해저축은행에서도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가 있다. 4~5개의 가명을 쓰는 걸로 알려졌으며, 어떤 식으로 로비 활동을 펼쳤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야권 관계자는 “이철수는 백발인데 요즘 염색을 했다는 얘기가 있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녀 잡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이 최근 열린 공판에서 불법대출 등 범죄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검찰은 이철수씨의 입을 통해 신 명예회장을 압박해야 하는데 이씨가 워낙 신출귀몰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주 내로 올인을 해서 잡을 것”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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