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부산저축은행의 1500억원 유상증자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 원장이 연루된 아시아신탁의 유상증자 참여가 드러나면서 이를 둘러싼 수상한 움직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묘한 유상증자 시기와 이후 상황에 의혹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지분율은 되려 낮아졌다. 박연호 회장과 특수 관계인 21인의 지분은 2009년 12월 50.65%에서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37.49%로 감소했다. 특히 유상증자 전까지 18.27%의 주식을 보유했던 최대주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은 유상증자에 불참해 지분율을 9%대로 떨어뜨렸다. 그는 지난 2004년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계속 지분율을 늘려왔었다.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 진행 중 유상증자를 계획했고 감사가 종료되자 유상증자를 추진해 성공했다. 이후 감사원에서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지적하고 유상증자가 이뤄진 후 8개월이나 지난 올 2월에서야 영업정지를 선고받았다.부산저축은행 대주주 일가가 지분율을 낮춘 것은 감사 이후 악화될 상황을 감지하고 먼저 발을 뺀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의아한 것은 유상증자 이후 자기자본이 되려 1900억원 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조달했는데 전체 자기자본이 줄어 너 나빠진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유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대주주를 중심으로 일부 자금을 빼내 비자금 등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29일이라는 유상증자 시점도 의문이다. 저축은행 경영공시는 반기 별로 발표한다. 때문에 6월 30일 이후엔 연말기준 보고서가 제출되기까지 재무상태를 알 길이 없다. 실제 부산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6월 30일 8.31%로 8%를 겨우 넘겼지만 연말엔 5% 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검사를 끝낸 금융감독원은 부산저축은행에 “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부산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져 경영개선조치를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BIS비율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이용했지만 일시적으로 BIS 비율을 올려놓고 자본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KTB자산운용이 만든 사모펀드를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1000억원을 투자했고 아시아신탁과 서울신용평가정보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4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로 47억원을 손실처리한 서울시용평가정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41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160억원의 절반 이상을 부산저축은행에 쏟아부은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부산저축은행 지분 결손처리로 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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