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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위주 매매 시장, 전세 낀 아파트 천덕꾸러기로...
부동산| 2011-06-08 08:26
“요즘 누가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삽니까.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서울 금천구 소재 아파트를 보유 중인 이모씨는 얼마전 급한 마음에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현재 전세를 주고 있는 이 아파트를 팔려던 차에 마침 매수자가 나타나서였다. 하지만, 아직 전세 만기까지는 6개월 넘게 남아있던 터. 전세를 구하다 아예 집을 사려 결심했다는 매수자는 아파트에 즉시 입주를 할 수 있는지를 이씨에게 물어왔지만, 세입자가 쉽게 방을 빼줄리는 만무했다. 이씨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인근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계약 만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공인중개사 유모씨는 “세입자가 만기 때까지 방을 비워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법적으로 2년까지 정해진 임차 기간을 강제할 방안은 없고, 설사 방을 비워주는 데 동의하더라도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를 모두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요즘처럼 전세가격이 치솟는 시점에 어느 세입자가 섣불리 방을 비워주려 하겠느냐”며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에서 임대차보호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고 하니 ‘전세 낀 아파트’의 거래 실종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 매매 시장에서 전세 세입자를 낀 아파트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매매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즉시 입주가 불가능한 이른바 ‘전세 낀 아파트’는 철저히 소외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은 세입자들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지 않은채 아예 집을 비운 채 매물을 내놓는 모습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황수찬 에이스공인 대표는 “현재 우리 중개사무소에 보유 중인 빈집 매도 물건만 3개에 달한다”라며“세입자가 입주해 있으면 아예 매수자들이 쳐다도 보지 않는 탓에 집 주인들이 빈 집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라고 털어놨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결정적 이유는 주택 투자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 ‘전세 낀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하면 실투자금을 줄일 수 있어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주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급감하면서 투자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자, ‘전세 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세가격의 상승도 ‘전세 낀 아파트’의 소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전세를 안고 아파트 투자를 하려는 입장에서는 세입자가없는 집을 사들여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세 가격에 새롭게 전세를 주는 편이 실투자금을 줄일 수 있어 보다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세 낀 아파트’의 가격은 ‘즉시 입주’ 매물에 비해 가격이 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배건환 엔젤공인 대표는 “ ‘전세 낀 아파트’는 입주가 바로 이뤄지는 아파트보다 500만~1000만원 가량 저렴해야 그나마 수요자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된다”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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