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정평가사들의 자격증 불법 대여 행위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자, 해당 감평사들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0일 국토해양부는 최근 자격증 대여 혐의가 있는 감정평가사 1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 자격증 대여 사실로 70여명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지난 8일 감정평가사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불법이 명백한4명을 대상으로 2명은 자격등록취소, 2명은 업무정지를 의결하는 등 징계조치에 착수했다.나머지 66명은 추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단계적으로 처벌할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평가사들은 주로 은행, 공기업 등에 전일제로 상근해 감정평가법인 겸직이 불가능한데도 감정평가법인의 소속 평가사로 등록해 자격증을 불법 대여하고, 대가성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평가법인은 법인 설립 또는 사무소 개설에 필요한 평가사 수를 충족하거나 소속 감정평가사 수에 따라 배정되는 부동산 가격공시 조사 물량을 과다 배정받기 위해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불법으로 명의를 빌려 법인 또는 사무실을 개설한 감정평가법인은 설립인가 취소,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고 부당하게 과다 배정받은 공시 물량은 다음해 배정시 차감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자격증 대여를 막기 위해 감정평가업계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관련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 노력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정평가 업계는 이같은 자격 대여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징계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사와 같은 전문자격사에 있어 대여의 의미는 자격자가 무자격자에게 금전 등을 받고 자격증을 빌려 주고, 빌린 자격증을 근거로 무자격자가 자격자의 명의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인 데, 이번의 경우는 자격대여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감정평가사의 모법인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부감법’이라고 합니다)에는 자격대여는 금지하고 있지만, 이중취업 또는 겸직은 금지하고 있지 않고, 어떤 경우가 자격대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오랜 관행상 ‘겸직’이라는 의미로 받아 들여 왔다는 것이 감정평가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에 징계가 된 경우를 살펴보면 설사 전일제로 다른 회사(은행 등)에 근무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주말이나 퇴근 시간 이후에 등록한 감정평가법인에 자문이나 컨설팅 등을 하고 소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자격의 ‘대여’라기 보다 이중취업(소위 말하는 two job)의 의미가 강하다고 반박한다.
또한, 이번 징계의 징계내용을 살펴보면 자격등록취소와 업무정지인데, 지금까지 이중 취업에 대한 명확한 세부기준을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전문자격사인 감정평가사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자격등록취소 등의 중징계를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 감정평가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된 사항 중 공시지가 배정 활용이나 법인 등록요건 등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닌 단순한 이중취업(two job)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자격대여로 징계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재검토되어야 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남 기자@nk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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