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의 예언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일 발간한 ‘최근 경제정책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는 문구가 나왔다. 바로 다음날인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재정부는 올 6월 그린북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소폭 낮아졌으나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실물지표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고물가) 심리 차단 등 물가 안정 기반을 강화”해야한다는 밝혔다. 금융시장은 ‘인플레 심리 차단’이란 문구의 재등장에 주목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라며 시장의 분석이 분분했고 그 전망은 맞아떨어졌다.
묘한 우연의 일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 이어 올 들어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올 3월 그린북은 “인플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물가 불안 대응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고, 바로 그달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 4월 그린북에서도 인플레 심리란 단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물가 불안 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 문구는 바로 전달의 ‘강화’에서 ‘유의’로 누그러졌다. 그달 한은 금통위의 결정은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금년 5월 그린북에서는 인플레 심리란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지난달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올해 6월치 그린북에서 인플레 심리, 물가 안정 기반 강화라는 문구가 동시에 재등장 했다. 실물지표가 다소 주춤하다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시장은 금리 인상의 전조라며 떠들석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찜찜한 부분이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김중수 한은 총재 취임 이후 이런 현상이 심해졌다. 독립적으로 행동해야할 한은이 경제당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시선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그린북(Green Book)=기획재정부가 매달 내놓은 ‘최근 경제정책동향’ 보고서를 지칭하는 말이다. 표지 색깔이 녹색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Beige Book)’을 본따 만든 책자인 탓에 비슷한 명칭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