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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色·貴·族
뉴스종합| 2011-06-14 09:36
中 혁명원로 자녀들 정계 진출 2세와 달리 3세는 자유분방

딸들은 패션·예술계로 아들들은 IT·금융계로




‘네 존재를 알리지 마라.’ 과거 중국 정치인의 가족은 나서지 않는 것을 일종의 원칙처럼 여겨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원칙도 깨지게 마련. 중국 정계 고위층의 신세대 자녀들은 이제 대중 앞에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색귀족’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홍색귀족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과 함께 혁명을 이끌었던 공산당 최고 간부들의 자손으로, 선대의 후광에 힘입어 귀족처럼 부와 명예를 누리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넓게는 중국 고위층 정치인의 2세들도 포함한다.

중국의 변혁기에 고단한 혁명운동을 해야 했던 선대와 달리, 이들 신세대 홍색귀족은 일찍부터 해외 유학길에 올라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40~60대의 2세 홍색귀족들이 부모와 마찬가지로 정치인의 길을 택한 것과 달리, 3세들은 패션, 예술 등 자유분방한 업종에서 활약해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의 패리스 힐튼=신중국 건국 공신인 예젠잉(葉劍英)의 손녀 예밍쯔(葉明子)는 디자이너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명성을 쌓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예밍쯔는 비행기는 2~3명만 타는 것인 줄 알았다. 할아버지의 전용기를 타고 다녔기 때문이다.

예밍쯔는 정치인 후세로는 드물게 영국의 유명 디자인 학교인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홍콩에서 유명인사들을 상대로 디자인 컨설팅을 해주다, 활동 근거지를 베이징으로 옮겨 ‘스튜디오 리걸(Studio Regal)’을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답게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한 예밍쯔는 ‘중국의 패리스 힐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성격도 솔직ㆍ과감하다. 과거 한 패션쇼장에서 집안 배경에 관한 질문을 받자 “생활이나 일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 사실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고 신뢰도 받는다. 그런 면에서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완리(萬里) 국무원 부총리의 손녀 완바오바오(萬寶寶)는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신중국의 궁궐로 불리는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보냈다. 다섯 살 때 이미 해외 원수들과 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등 완리 부총리가 가장 총애하는 손녀였다.

완바오바오는 16세 때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세 때에는 파리 상류사회에 진출해 홍콩과 유럽 사교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BAOBAOWAN’이라는 고급 주얼리 브랜드의 대표다.

유명 작가인 훙황(洪晃)은 외할아버지가 저명한 민주인사 장스자오(章士釗)이고 어머니는 유명한 외교가이면서 작가인 장한즈(章含之)다. 12세였던 1974년 중ㆍ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그녀는 첫 번째 미국 조기유학단에 뽑혀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자신의 자유분방한 기질은 미국 교육의 영향이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중국 유명 감독 천카이거(陳凱歌)의 전 부인이기도 하다.    

잡지를 창간했고,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해 홍색귀족 가운데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인물이다.

이 외에 덩샤오핑(鄧小平) 정권 시절 서열 2위였던 천윈(陳雲)의 손녀 천샤오단(陳曉丹)도 파리 사교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IT업계와 재계를 누비는 귀공자들
=정치인의 딸들이 자유분방한 데 비해 아들들은 IT, 경제, 금융 분야에서 조용히 내실을 쌓고 있는 모양새다.

장몐헝(江綿恒) 중국과학기술원 부원장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장남이다. 그는 수십년간 한 분야에 집중하면서 이제는 중국 IT업계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은 아버지와 같은 칭화(淸華)대 EMBA 과정을 졸업하고 베이징 중량(中糧)그룹에서 일했다. 이후 칭화홀딩스의 자회사인 누크테크라는 보안시스템 업체 사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아프리카 나미비아 공항 수주계약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2009년 갑자기 모교인 칭화대 부비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저장(浙江)성 칭화창싼자오(淸華長三角)연구원 당서기로 임명되는 등 재계에서 학계로 완전히 갈아탔다.

그의 누나 후하이칭(胡海淸)은 지난 2003년 9월 하와이에서 중국 정보기술(IT)업계 갑부 대니얼 마오(毛道臨)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질 뿐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2일 중국 사모펀드업계에 ‘고위 정부관료 2세’라는 새로운 코드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2007년 사모펀드회사 뉴호라이즌캐피털(新天域資本)을 설립해 수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서양 선진국의 사모펀드업체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가운데 원윈쑹이 공동 설립한 뉴호라이즌캐피털은 미국 대형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중국 본토 사모펀드인 호니캐피털, CDH인베스트먼트 등을 공동 투자자로 두고 있다. 또한 위안화 표시 펀드를 발행했으며 중국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

리루이환(李瑞環) 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아들인 제프리 리는 5년 동안 몸담았던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를 떠나 GL차이나 오퍼튜니티 펀드라는 사모펀드를 설립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장인 류윈산(劉雲山)의 아들 류러페이도 90억위안(약 13억2000만달러) 규모의 씨틱 사모펀드매니지먼트를 운용하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중국 최대 투자은행(CICC)의 주윈라이(朱雲來) 총재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아들이다. 그는 페트로차이나, 궁상(工商)은행, 젠서(建設)은행 등 중국 대표 대형기업의 상하이, 홍콩 IPO를 주도한 금융계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결혼도 직장도…그들만의 ‘취안쯔’


홍콩에서 근무하던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는 중국 경제 실무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에 의해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국제금융공사(CICC)의 총재로 발탁됐다. 이는 주룽지 전 총리가 왕치산 부총리를 발탁한 데 대한 보은이다.

‘미스터 위안화’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런민(人民)은행장은 혁명원로인 저우젠난(周建南)의 아들이다. 저우젠난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발탁했고, 장 전 주석은 저우샤오촨을 중앙은행의 수장에 앉혔다.

중국의 ‘홍색귀족(혁명원로 자녀)’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관시(關係)’를 통해 그들만의 ‘취안쯔(圈子)’를 형성하고 있다. 결혼 역시 ‘먼당후뚜이(門當戶對ㆍ비슷한 수준의 집안)’에 따라 홍색귀족끼리 엮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와 천윈(陳雲) 전 총리 손녀의 열애설로 중국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는 보과과와 천쥔 전 총리의 손녀 천샤오단(陳曉丹)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티베트를 여행할 때 찍은 것으로 보이는 수백 장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됐다고 전했다.

사진 속에서 보과과는 천샤오단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연인 사이여서 결혼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두 사람 모두 홍색귀족 3세 가운데 외모와 재능이 출중한 이들로 꼽힌다. 

리자오싱(李肇星) 전 외교부장의 아들 리허허(李禾禾)는 유명 가수인 옌웨이원(閻維文)의 딸 옌징징(閻晶晶)과 결혼했다. 2009년 1월 중국 언론들은 리허허가 왕푸징(王府井)의 5성급 호텔에서 테이블당 밥값이 8880위안 하는 화려한 결혼식을 했다고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유명 정치인 자녀의 결혼식 소식이 이처럼 자세하게 전해지긴 처음이었다. 특히 두 사람을 맺어준 사람이 차기 중국 지도자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리허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수석 졸업에다 하버드 MBA 출신의 수재라는 것 외에도 수려한 외모 때문에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는 졸업 후 미국 유명 컴퓨터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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