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태종, 中 뤄양서 한-중 학술포럼
불교학과 졸업생 등
지역 사찰서 역할 수행”
제도적 장치마련 첫 제기
“근래 들어 출교자들이 날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가자를 포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강구돼야 한다. 물론 엄정한 자격 심사와 체계적 교육이 수반되어야겠으나 재가자의 포교사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더이상 늦출 수 없다.”
대한불교 천태종(총무원장 정산 스님)이 15일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개최한 ‘제4회 한ㆍ중 학술포럼’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천태종에서 재가불자의 포교사 활용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불교 천태종이 중국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와 공동으로 허난성 뤄양(洛陽) 백마사(白馬寺)에서 개최한 이번 포럼에서 세운 스님(천태종 교육부장)은 “1970년 이래 천태종의 부흥을 주도했던 상월 원각 대조사(大組師)의 중창이념이기도 한 ‘생활불교’와 ‘대중불교’의 이념을 잇기 위해선 대중 포교를 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인재 양성이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교양대학인 금강불교대학을 마친 인재를 육성해 적재적소에 포교사로 기용하고, 불교학과 졸업생들도 지역 사찰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재가불자를 활용한 포교 전략을 언급하는 것이란 점에서 종전 보다 진일보한 주장이다. 세운 스님은 이번 논문에서 한국 천태종의 승려 안거와 신도 안거도 소개하고, “대중과의 거리를 없애고 벽을 무너뜨려 모든 사람이 불교 안에서 어우러지게 하는 게 천태종의 교육이념”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교육과 사회발전’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스님, 감사원장 춘광 스님, 중국 백마사 방장 인러(印樂) 스님 등 양국 불교계 인사와 학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천태종 측에서는 권기종 원각불교사상연구원장이 ‘불타와 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또 최종석 금강대 교수는 ‘불교의 승가교육과 승려의 사회적 역할’을, 김상현 동국대 사학과 교수는 ‘불교의 신도교육과 사회발전’을 주제로 발제했다.
중국 측에서는 쑹리다오(宋立道ㆍ중국불교문화연구소) 박사가 ‘사회발전과 사찰교육’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다. 이어 쉬원밍(徐文明) 베이징사범대 교수가 ‘새로운 시기의 사찰교육’을, 궈사오린(郭紹林) 뤄양 사범학원 교수가 ‘당나라 불교교육이 현대에 미치는 역할’을, 서금성(徐金星) 문사연구관 관원이 ‘뤄양 백마사 불교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각각 발표했다.
한국측 발제자인 세운 스님은 ‘한국 천태종의 교육이념과 교육현황’이란 논문에서 “은둔적 산중불교, 출가 중심주의 불교, 난해한 전문가 불교는 대중을 불교와 더 멀게 만들 뿐”이라며 “불교는 이제 언제 어디서라도 대중과 함께 있어야 하며 대중이 쉽게 배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개인의 완성뿐 아니라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천태종은 현재 승가교육기관인 금강승가대학(前 구인사 강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 신도 교육을 위한 금강불교대학(교양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정식 학교법인인 금강대학(4년제)을 2002년 개교해 운영하고 있다.
천태종의 한ㆍ중 학술포럼은 지난 2007년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와 학술 교류를 하기로 합의한 후 2008년 서울 관문사에서 첫 포럼이 열렸고, 이후 매년 양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그동안 다룬 테마는 ‘화해 사회와 불교’ ‘국가의 발전 진보와 불교’ ‘현대사회와 불교사원 관리’ 등이다.
한편 학술포럼에 앞서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중국과의 지속적인 학술 교류를 통해 불교의 화해사상을 조명하고, 현대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교의 가르침은 오늘날 사회의 진로에 가장 중요한 지침”이라며 “불교는 이제 불교도만의 종교가 아니라 현대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인류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뤄양=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