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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기고 보자? 어처구니없는 ‘무고’ 백태
뉴스종합| 2011-06-16 07:49
지난 3월 25일 늦은 밤 서울 관악구에서 만취한 승객을 태우고 가던 택시기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방통행구간에서 갑자기 유턴을 하라는 승객의 말을 무시했다가 다짜고짜 주먹질을 당한 것이다.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승객은 출동한 경찰에게 손등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택시기사가 이로 물어서 난 상처”라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그 상처는 승객이 안전벨트를 풀다가 생긴 것으로 밝혀졌고 이 승객은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술 마시고 싸우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끝내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유철)는 이 같은 적반하장 식의 무고사범을 지난 3개월간 집중단속해 49명을 적발하고 이 중 4명을 구속기소했으며 1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혐의가 경미한 나머지는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방폭행 사건이어도 가해자가 일단 “나도 맞았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나중에 합의하면 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무책임한 인식 때문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실제 지난 1월엔 담배를 팔지 않는 다는 이유로 슈퍼마켓 주인을 폭행한 20대 남성이 오히려 “가게 주인과 그 아들한테서 구타를 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치아교정치료를 받던 50대 여성은 턱관절디스크가 탈구됐다며 치료비를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치과의사들이 집단으로 자신을 폭행하고 막말을 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치료비는커녕 조사 과정에서 치과의사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교정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던 사실이 들통났다. 또한 여러 의사들을 상대로 무차별 민원을 제기한 ‘상습범’임이 밝혀져 결국 법정 서는 처지가 됐다.

이밖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려고 보험청약서를 위조했다며 보험사 직원을 무고하거나, 외모가 출중한 20대 남성을 속칭 ‘삐끼’로 고용해 술에 취한 여성을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으로 유인한 뒤 술값을 덤터기 씌우고 ‘무전취식’혐의로 거짓 고소한 일도 있었다. 단순 무전취식으로 끝날 뻔한 이 사건은 당시 검찰시보(사법연수생)의 수사망에 포착돼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한동안 감소하던 무고사범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고소가 남발되면서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고, 사법자원이 낭비되는 만큼 앞으로는 허위구두 신고도 집중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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