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가 검ㆍ경 간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반발, 경찰청 로비에서 1인 시위를 벌여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 근무하는 서모 경위는 21일 오전 8시께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 1층 로비에서 검찰과 경찰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합의가 무효라는 주장을 담은 내용이 쓰인 대형 화이트보드를 들고 나와 시위를 했다.
화이트 보드에는 “형사소송법 196조의 법제화를 전면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서 경위는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는 국회에서 다뤄야 하지, 검찰과 경찰이 합의해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양 기관의 수사권 조정 합의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시위가 일어나자 본청 현관에서 근무하는 직원 등 대여섯 명의 직원들이 서 경위를 둘러싸고 시위를 막았다. 이들은 서 경위가 “아직은 출근시간이 아니잖는가. 출근시간(오전 9시)까지 (1인 시위를)하겠다”고 하자 “이런 것은 국회서 해야지 왜 여기에서 하느냐”며 말렸으며 서 경위는 이들의 만류 등에 의해 10분 만에 수사연구관실로 올라갔다.
서 경위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의 행동은) 1인 시위가 아니라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때까지 근무 시간이 아닌 오전에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과 관련해 일선 경찰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 경찰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크게 반발한 반면 다른 경찰들은 “이것만 해도 큰 진전”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일선서 교통조사계 경위급 경찰 한명은 “수사개시권이야 이미 해오던 거 명문화만 한 건데 얻은 게 뭐 있나”며 “섭섭함보단 배신감을 느낀다. 이럴 바엔 노무현 대통령 때 ‘막 가자는 거지요’ 했던 그때 이게 됐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다른서 형사계 경사급 관계자는 “그래도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경찰이 독립권을 가진다는 게 나중에 검찰이 수사에 개입할 때의 명분을 조금 줄여주는 것 같다. 처음부터 수사 개시를 한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지 않나”며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