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ㆍEU FTA 발효 앞둔 유럽 수입차업체 “가격인하 고민되네”
뉴스종합| 2011-06-22 07:16
다음달 1일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일부 유럽산 차량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인하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관세인하 혜택을 받기 위한 원산지 인증을 취득하는데 시간이 걸리는가 하면 원산지가 유럽이 아닌 차량 가격을 내릴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7월1일부터 유럽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 8% 중 2.4%포인트 인하에 앞서 유럽산 차량 수입업체들이 잇따라 소비자가격을 1.4% 가량 내리고 있는 가운데 아직 원산지 인증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FTA 발효와 동시에 자동차 업체가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업체가 속한 국가로부터 한ㆍEU FTA 협정문 내용에 적합한 원산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은 독일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고 푸조는 프랑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영국 정부의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문제는 인증을 아직 받지 못한 업체의 경우 7월1일부터 관세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확인서류가 필요한데 이를 준비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이철재 관세청 FTA집행기획담당관실 서기관은 “업체별 또는 품목별 인증 등 인증수출자 자격을 취득해야만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준비가 완료되지 못한 업체의 경우 인증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당장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모든 유럽산 차량 수입업체가 앞다퉈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상황에서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증을 받을 때까지 이전 가격을 유지할 수도 없고, 손해를 보면서 가격인하를 단행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셈이다.

유럽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관세인하 혜택을 당장 못 받더라도 7월1일에 맞춰 가격을 내려야 하는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브랜드는 유럽이지만 원산지가 유럽이 아닌 차량의 가격인하 여부도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한ㆍEU FTA 내용만 놓고 보면 유럽산 차량이 아닌 모델에 대해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 내에서 일부 모델은 가격을 내리고 나머지 모델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대해 고객의 불만이 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더욱이 관세인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모델까지 함께 가격을 내리면 전체 가격인하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모든 차량이 관세인하 혜택을 받을 경우 14~15%까지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관세 혜택을 못 받는 차량까지 가격을 내리려면 전체 소비자가격 인하율이 그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혜택을 받는 차량만 가격을 내릴지, 원산지와 관계 없이 모든 차량 가격을 인하할지에 대해 FTA가 발효되기까지 남은 10일 동안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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