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비테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계획은 몽골고원 고비사막의 풍부한 태양열과 풍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한국 일본 중국이 공동으로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고갈 이후에도 대비하자는 것이다.
청정 대체에너지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촌의 당면 과제다. 더욱이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청정 에너지 개발은 미래 생존 경쟁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원전에 관한 한 안전성과 기술력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비중이 65%에 이르는 게 우리의 에너지 현실이다. 미래 에너지 개발에 결코 소홀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비테크 프로젝트는 충분히 해볼 만하고 승산 있는 사업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미래 청정 에너지 확보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3국이 재생에너지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 구성의 밑바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을 권역으로 하는 경제공동체 구성은 그동안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해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비테크 사업은 일종의 에너지공동체로 지향점이 분명해 이해 조정이 수월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3국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면 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특히 동북아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북한 핵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손 회장 제안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뜻이 있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동참하면 한결 추진력이 생길 것이다. 손 회장은 삼성, LG 같은 대기업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당장의 사업성에 연연하지 말고 30, 4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손 회장은 30조엔에 이르는 소프트뱅크 매출의 수 %를 떼내 자연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1%만 해도 우리 돈 3000억원이 넘는다. 청정 미래 에너지 개발에 대기업들이 더 적극성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