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납품을 대가로 의약품 유통업체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의사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에 따라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 중앙지검에 마련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반장 김창 형사2부장검사)은 지난 2개월 간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집중 단속해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조모(56) 씨와 의사 김모(37) 씨, 모 의료재단 이사장 조모(57)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받은 돈이 비교적 적은 이모(55) 씨 등 의사 2명과 약사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2009년 10월께부터 최근까지 전국 30여개 병·의원, 약국에 선급금 등의 명목으로 총 11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사인 김씨와 조씨는 납품업체를 변경하는 조건으로 각각 2억원과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구속기소된 사례로, 검찰은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납품업체 변경 과정에서 억대의 리베이트가 오갔다고 밝혔다.
검찰은 통상 매월 납품액의 13~25%에 해당하는 금품이 의사나 약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검찰은 시장조사 설문 명목으로 의사 수백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K제약업체 대표이사 이모(58) 씨와 시장조사업체 대표이사 최모(57)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의 병·의원, 약국에 38억여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시장조사’ 명목으로 212명의 의사에게 설문지를 보내 건당 5만원씩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조사가 탈법적 리베이트에 이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를 하려면 제약회사가 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특정질환에 대한 환자별 특성, 시장 규모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으로, 조사기관이 조사대상 의료인을 자체 선정하고 어느 제약회사에서 의뢰했는지를 알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씨는 처방액에 따라 의사별로 적게는 18건에서 많게는 336건의 설문조사를 의뢰해, 총 9억8000만원의 검은 돈을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돈을 받은 의사들은 쌍벌제 시행 이전이라 처벌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보건복지부 등 관련기관에 통보해 리베이트 사실이 확인된 의약품 가격 인하, 부당지급된 요양급여 환수,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조치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단속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약품 리베이트 규모는 약 2조원대로, 그만큼 국민에 전가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