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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넘버3 이제훈, 늦깎이로 배우된 차세대 기대주
엔터테인먼트| 2011-06-29 07:42
영화배우 이제훈(27)은 스물네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다. 2003년 생명공학을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한 지 5년 만에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배우의 길로 접어든 지 3년 만에 도약대 위에 섰다. 그가 출연한 독립영화 ‘파수꾼’은 지난 3월 개봉해 평단의 호평 속에 관객 2만명이 넘는 알찬 수확을 거뒀다. 이어 제작비 100억원의 대작 전쟁영화 ‘고지전’에 출연해 개봉(7월 21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처음 시나리오를 봤어요. 제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준말로, 무명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이었잖아요. 캐스팅이 되지 않는다면 상처가 크겠지만, 앞도 뒤도 재지 않고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장훈 감독님과 세 번을 만났죠. 다른 작품 출연도 포기하고 서너 달 동안 영화사에서 연락오기만 기다렸어요.”

3개월 동안 한 작품을 두고 세 번의 오디션을 거친 끝에 “그럼 한 번 해보자”는 대답을 듣고 “소망을 이루었다”며 기뻐했던 것도 잠시. 6개월간의 대장정은 매일매일이 말 그대로 ‘전투’ 같았다. 다만 어릴 적부터 봐오던 신하균, 고수, 류승수 등 선배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 사이에 이제훈은 ‘듣보잡’이 아니라 어엿한 ‘기대주’로 떠올랐다.

‘파수꾼’에서 이제훈은 엇갈린 우정으로 파국을 맞는 3명의 고교생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한다. 자신의 유약한 내면과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센 척’하는, 이른바 ‘1진급’ 고교생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맞게 되는 역할이었다. 상처받은 소년의 유약한 내면과 어른 흉내를 내는 무모한 제스처를 교차시킨 연기는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신선한 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얻었다. 그만큼 발군이었다.

“연극영화과 전공으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죠. 그러면서 내가 TV에서 나오는 가수나 탤런트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화려함을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그 이면의 고통과 어려움을 못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죠.”

뒤늦은 데뷔였던 만큼 생각에도 연기에도 숙성한 시간이 보인다. ‘고지전’에선 한국전쟁 당시 스무살의 어린 나이로 한 부대를 지휘하는 대위 역할을 맡았다. 부대원을 희생시켰던 과거의 경험 때문에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으면서도 고지를 사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은 인물. 영화 속에선 신하균, 고수에 이은 ‘넘버3’의 비중이고, 주조연급이다.

이제훈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관객의 시간과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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