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팀은 까마귀가 위협적인 대상의 얼굴을 인식하는지 알아보려고 시행한 실험 결과를 28일(현지 시각) 영국왕립생명과학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둘로 나뉘어 한쪽은 원시인 가면을, 다른 한쪽은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썼다. 원시인 가면을 쓴 집단은 대학 캠퍼스에서 까마귀 7마리를 붙잡아 다리에 인식표를 붙였다. 까마귀를 풀어준 후 연구팀은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까마귀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원시인 가면을 쓴 사람을 본 까마귀는 날카롭게 울면서 날개를 퍼덕이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체니 전 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학교 밖까지 실험 공간을 넓히고 성별과 인종이 각기 다른 가면을 쓴 채 두번째 실험을 했다. 이번에도 가면을 쓴 사람 가운데 일부는 캠퍼스 밖 네 곳에서 까마귀 41마리를 잡아 인식표를 붙인 후 방사했다. 캠퍼스 내에서 시간을 두고 관찰한 결과 까마귀를 잡았던 집단을 마주쳤을 때 까마귀들이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사례는 실험 초기 20%에서 5년 후 60%로 크게 늘었다. 캠퍼스 밖에서 반년 간 관찰했을 때도 가면에 반응하는 까마귀는 실험 초기와 비교해 20% 늘었다.
연구진은 부모 새의 반응을 보고 자란 새끼 새들이 자라 특정한 얼굴을 보면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까마귀들이 이동하면서 실험 구역 밖에 살던 까마귀들도 얼굴을 식별하고 반응하는 까마귀를 보고 위협적인 얼굴을 학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존 마즐러프 교수는 발표한 논문에서 까마귀에게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으며 세 가지 통로를 통해 정보를 인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접 경험에 의한 정보 외에 동료 까마귀한테서 정보를 전달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으로 보면 이러한 과정들은 정확성과 위험성 간의 ‘거래(trade-off)’를 형성한다. 직접 경험을 통해 먹이나 천적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가장 믿을 만하지만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생물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것은 덜 위험하지만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실험 대상으로 삼은 ‘미국 까마귀’뿐 아니라 다른 까마귀들도 모두 정보를 주고받는 습성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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