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선생 김봉두’가 크게 성공한 후부터는 심각한 연기쪽으로 추가 기울어졌다. 장르적으로는 휴먼드라마에서 스릴러, 사극액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조선시대 수사관(‘혈의 누’), 인민군 장교(‘포화속으로’), 테러조직 리더(‘아테나-전쟁의 신’), 세상을 뒤엎으려는 왕족의 서얼(‘구르믈 버서난 달’) 등 심각한 배역을 경험했다. 어느덧 근 20년의 연기 내공과 삶의 경험까지 더해져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정도로 무러익었다.
하지만 차승원은 코미디 연기에서 한국 최고임이 새삼 증명됐다. 독고진으로 나온 ‘최고의 사랑’에서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 “나 독고진이야”라며 거드림 피우는 말투가 잘 어울렸다.
구애정(공효진)의 조카 형규, 일명 ‘띵똥’과도 최고의 호흡을 맞췄다. 차승원은 띵똥과 너무 잘 놀았다. 독고진은 아이언맨, 띵똥은 스파이더맨이라고 하면서 슈퍼 히어로 놀이를 즐겼다. 독고진은 유치하고 찌질할지언정 절대 밉상은 아니었다.
‘최고의 사랑’에서 톱스타지만 괴팍하고 살갑지 않은 독고진은 후반부들어 멋있는 사람으로 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톱스타가 지닌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돼 있었다. 사랑할 줄 아는 남자였다. 코믹한 차승원이 심각해졌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시청자들은 독고진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차승원 본인도 인터뷰에서 한 말이지만, 비극보다 희극을 연기하기가 더 어려운 일 아닌가. 한 작품에서 웃기다가 심각해져도 어울리는 캐릭터로 차승원을 따라갈 배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