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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여성 조교사 데뷔한 ‘기록 제조기’ 이신영씨
엔터테인먼트| 2011-07-01 06:54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세계 최고의 명마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몸무게 500㎏에 육박하는 커다란 경주마를 관리하는 데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한국 경마 90년 역사상 첫 여성 조교사로 데뷔하는 이신영(30)씨의 포부가 당차다.

이씨는 지난달 2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3경주, 4경주에 ‘원손’ ‘공덕이’와 함께 출전해 7위와 5위를 기록하고 기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녀는 이날 기수로서의 마지막 경주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일들이 기억난다. 100승을 이루고 싶었는데 90승에 머물러 아쉽다”면서 “조교사로서 최고의 경주마를 만들어내 팬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조교사 면허시험에서 35명의 남자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씨는 그간 경주마 경매 현장 참관, 선진 경마 견학 등 조교사 개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7월 1일자로 한국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활동에 들어갔다.

최초의 여성 조교사란 타이틀을 거머쥔 이씨는 기수로서도 데뷔 초부터 ‘신기록 제조기’로 불렸다. 첫 공식 여성기수, 첫 대상경주 출전 여성기수, 첫 여성출신 외국경주 출주, 첫 여성 정식기수 등.

경남 마산 토박이인 이씨가 경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고3 가을에 진학 담당 선생님이 지나는 말로 기수후보생을 모집한다고 하셨어요. 까맣게 잊고 동아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했는데 선생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과천에서 난생 처음 경마공원을 구경한 뒤 다시 마산으로 내려갔죠. 원서를 들고요.”



기수가 되겠다는 막내딸의 느닷없는 선언에 부모님의 걱정은 컸다. 그러나 결국 딸의 고집에 두 손을 들었다. 안될 것 같으면 빨리 그만둔다는 조건 하에. 그러나 그는 5.4대 1의 경쟁을 뚫고 1999년 제20기 기수 후보생이 됐고 2001년 8월 무난히 수습기수로 데뷔했다.

현재 활동하는 138명의 기수 중 여성은 10여 명이다. 남성 기수들을 압도하는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기승 실력을 갖춘 이신영의 통산 기록은 895전 90승, 2위 68회. 2004년 11월 대통령배에서 서울경마공원 여성기수로는 처음으로 대상경주 3위에 올랐으며, 여성 기수 최초로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이씨 이래 많은 여성 기수가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그를 뛰어넘는 후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기수로써 성공한 이씨지만, 조교사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방 대부와 더불어 8두의 관리마를 15두까지 늘릴 예정이지만 대부분이 신마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경주마여서 데뷔 초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혼인 이씨는 “일과 결혼생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일을 택할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수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기수시절부터 머리 좋기로 유명했다. 총감독 역할을 하는 조교사는 기수보다 몇 배나 머리를 더 써야한다. 경마 전문가들은 영리하기로 소문난 이씨가 남보다 빨리 조교사 역할에 적응하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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