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평소보다 들뜬 마음에 몸을 무리하게 움직여 크고 작은 관절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여러 사람이 몰리는 물놀이 시설에서의 눈병이나,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 여행객들은 휴가철 건강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과격한 물놀이는 골절사고 불러=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물놀이시설에는 낙상, 발목 접질림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항상 도사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흐르는 물을 따라 관 속을 빠르게 통과하는 워터 슬라이드나 급류타기의 경우, 많은 인파로 인해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오다 앞 사람과 충돌해 멍이 들거나 근육통을 호소할 수 있다.
한 두 번 부딪히는 경우는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부딪히다 보면 관절에 손상이 올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은 뼈나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만으로도 부상을 심하게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하다.
여름 물놀이 사고는 워터파크보다 계곡이나 바다 등의 야외에서 부상의 빈도가 높다. 바닥이 고르지 못한 상태에서 주로 젖은 발이나 바닥이 미끄러운 신발로 다니기 때문. 물놀이 때 즐겨 신는 슬리퍼나 샌들(플립플랍)은 발 뒤꿈치를 조여주지 못해 미끄럼으로 인한 골절사고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백사장에서 축구나 비치발리볼 등 공놀이를 하는 경우에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위에서 뛰다 보면 발목이 접질리거나 사람들끼리 뒤엉켜 넘어지면서 다칠 확률이 높다. 물놀이 부상 중 가장 흔한 부상은 발목염좌로 흔히 ‘발목이 삐었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발목염좌에 걸렸을 때는 빠른 시간 내에 냉찜질이나 소염진통제, 부목 등을 사용해 응급처지를 한다.
물놀이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닥이 미끄러운지 잘 살피고, 신발착용이 가능한 곳에서는 맨발보다는 바닥에 마찰면이 많은 신발을 신도록 한다. 그리고 바닥이 항상 젖어 있기 때문에 뛰는 행동이나 과도한 동작은 자제해야 한다. 또 물 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가급적 구명조끼를 착용한다. 차가운 물 속에서는 관절이 굳어지므로 물놀이 전 가벼운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을 해서 체온을 상승시키고 경직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물에 처음 들어가기 전에는 심장에서 먼 부분부터(다리, 팔, 얼굴, 가슴 순서) 물을 적신 후 들어간다.
강남힘찬병원 정광암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휴가철에 골절상을 입거나 발목이 접질린 경우, 대개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이 지속되거나 부기가 가라앉지 않을 때는 인대, 연골, 신경조직 등에 추가적인 이상이 있는지에 대해 관절전문병원의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사람들 몰리는 워터파크에서 눈병 주의=온도가 높고 습한 여름철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다. 게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자주 찾는 워터파크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고 같은 물에서 오랜 시간 있기 때문에 눈 질환 전염성이 매우 높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인 유행성 각결막염은 여름철 눈 질환의 대표주자이다.
일단 발병하면 눈이 시뻘개 지는 등 증상이 심할 뿐 아니라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 어떤 연령층에도 발생할 수 있고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고열, 인후통, 설사 등의 전신질환의 증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양안에 발병하며 발병 초기에는 충혈, 눈곱, 눈물, 이물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 후 약 2주 동안은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인 아폴로 눈병도 흔한 눈병 중 하나이다. 지속시간이 유행성 각결막염보다 짧지만 1~2주 정도 간다. 대개 한쪽 눈에 먼저 나타나서 다른 눈으로 옮겨가며 눈이 붓고 충혈되며 눈물과 눈곱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치료는 감기와 마찬가지로 특효약이 없기 때문에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물놀이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콘택트렌즈 사용자들이다. 물안경 없이 물에 들어 갔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다. 물에 사는 가시아메바 등 세균 및 노폐물이 렌즈 안에 들어가면 각막염, 결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해지면 각막궤양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물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물안경을 착용하고 렌즈를 껴야 한다면 일회용 렌즈로 쓴 후 버리는 것이 좋다.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면 즉시 흐르는 물로 씻어 내도록 한다.
가족 중에 눈병 환자가 있는 경우 수건이나 컵 등 개인 위생품들을 따로 사용한다. 눈병 환자는 눈꺼풀이나 눈썹에 붙은 분비물을 손으로 직접 닦거나 눈을 만지지 말고 면봉으로 제거한 후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다. 안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오히려 세균을 증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증상이 있으면 아무 안약이나 함부로 넣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안과를 찾아야 한다.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대표원장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1년 중 눈병 환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눈 건강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물놀이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원한 옷차림, 피부는 일광화상=민소매, 수영복 등 노출 패션이 주를 이루는 휴가철, 노출 부위가 많은 만큼 피부는 강한 햇볕과 자외선으로 혹사당한다. 특히 여름 햇볕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 주의가 필요하다. 일광화상은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잠자리에 들 무렵부터 피부가 따끔거리고 이내 피부 껍질이 벗겨진다. 이때 피부를 긁거나 억지로 껍질을 떼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염증이 생기고 환부가 곪아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광화상이 의심되는 경우엔 피부를 차가운 팩이나 수건 등을 이용해 식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씻을 때는 중성 비누나 물로만 살살 씻고 일어난 각질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그냥 두도록 한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고, 통증이 심하거나 물집이 생긴 화상이라면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부과를 찾아 치료 받아야 한다.
일광화상 예방엔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다.
특히 빛의 반사가 심해 자외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해변에서는 적어도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30이상인 제품을 바르고 제품 선택 시 자외선A, B를 동시에 차단 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특히 얼굴의 경우 입술을 비롯해 돌출된 부위, 코, 광대부위는 세심히 발라주며, 야외 활동 시에는 귀, 뒷목을 비롯한 Y셔츠라인에도 발라줘야 일광화상을 예방할 수 있다. 바닷물과 땀으로 쉽게 지워질 수 있으므로 2~3시간 마다 덧발라 준다. 긴 소매 옷을 입어 일광 노출을 피하는 것도 좋으며 모자는 머리를 전체적으로 덮고 챙이 큰 것이 자외선 차단에 도움이 된다.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은 “휴가 후 일광화상을 입거나 피부 트러블이 악화돼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자외선 차단을 철저히 하고 보습에 신경 쓰며 일광화상용 연고를 미리 챙겨가면 더욱 좋다”고 조언했다. 만약 일광화상으로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동반된다면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귀국 후 병원에서 드레싱과 함께 항생제 혹은 레이저치료를 받아야 흉터를 예방할 수 있다.
도움말 : 강남힘찬병원 정광암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아이러브안과 박영순 대표원장/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
심형준 기자 cerj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