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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씽크위크’가 필요해
뉴스종합| 2011-07-21 11:37
“오늘 하루 행사와 회의만 5번이다. 책상에 앉을 꿈도 못 꾼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다. 조바심을 낼 만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얘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이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길게 봐서 6개월여. 그러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국방개혁안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법안들은 8월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일자리와 물가 등 MB노믹스의 새로운 ‘DNA’로 자리 잡은 민생 현안은 오히려 퇴화 조짐이다.

그래서 회의를 늘려 대책을 숙의하고, 그 때문에 현장을 더 많이 찾아 민생을 보듬는 모양이다. 

국민경제대책회의는 지난 4월부터 월 2회에서 4회로 늘어났다. 공정사회추진회의와 외교안보점검회의는 월례회의로 자리 잡았다. 수시로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다. 여기에다 국무회의까지 대통령 주재 정례회의만 5건이다. 취재전화를 받는 비서관의 8할은 ‘회의 중’이란 문자 회신을 한다.

이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 이후 전통시장 상인을 찾아 물가 걱정을 함께 했다. 20일에는 기업은행을 방문해 특성화고 취업생들을 만났고, 21일에는 시화산업단지로 달려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최근에는 여권 지도부와 부처 장관들도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20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방문한 강북 수유재래시장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행했다. 박 장관은 애써 계획한 여름휴가까지 뒤로 미뤄야 했다. 땀이 곧 결실이던 시절, 밤늦게까지 불켜진 정부청사가 든든해 보였다. 하지만 서구사회가 ‘놀 권리’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화두 삼은 지 꽤 오래다.

빌 게이츠를 IT 황제로 만든 건 은둔식 휴가로 불리는 ‘생각주간(Think Week)’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여름휴가로 한 달을 썼다. 이 대통령은 20일 물가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관료들의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고 한다.

무늬만 달리한 각종 회의와 특별대책팀(TF), 현장 방문 등 땀과 열매의 상관관계가 모호한, 시간 먹는 기계들이 즐비한, 낡은 업무 스타일을 그대로 둔 채로.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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