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패션
명품‘샤넬’ 왜 실적공개 안하지? "우린 유한회사거든요"
라이프| 2011-08-09 07:27
‘여성들의 로망’인 샤넬 백은 A4용지 보다 작은 것이 550만~700만원을 호가한다. 사이즈가 크고, 독특한 디자인일 경우 경차 한대 값(기아 모닝 약1000만원)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국내에서 이런 백이 연간 과연 몇개나 팔리는지, 연매출과 수익은 어느정도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샤넬 국내 법인이 영업실적을 일체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샤넬백이 신부를 위한 혼수로, 상류층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면서 요즘 엄청난 매출을 거두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 뿐 정확한 실적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샤넬 국내 법인은 ’유한회사’여서 영업실적을 알릴 의무가 전혀 없기 때문이. 아무리 막대한 수익을 올려도 정보를 공개할 책임이 없기에 특급 명품들은 유한회사를 선호한다. 유한회사는 소수의 주주가 유한책임을 지기에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시의무’가 없다. 재무제표를 공개할 필요가 없고, 회계 감사 또한 의무사항이 아닌 것.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 가운데 유한회사 형태를 띠는 곳은 의의로 많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야후 등 정보기술(IT) 분야 글로벌 기업의 국내 법인이 여기에 속한다. 샤넬과 같은 명품업체 역시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국내 진출할 페이스북도 유한회사로 설립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유한회사의 경우 국내에서 오랜 기간 영업을 하더라도 건물은 물론, 사무기기, 용품, 장비를 죄다 빌려 쓰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추가적인 자본조달 필요성이 적다는 점도 유한회사를 고집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명품들이 유한회사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는 ‘정보 비공개 원칙’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영업실적과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라는 것.

한편 프랑스 명품인 샤넬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지 한달이 훌쩍 5일에야 전(全)제품의 가격을 5%씩 내린다고 발표했다. FTA가 발효된 후 국내 입고물량의 관세 철폐분을 비로소 가격에 반영키로 한 것.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샤넬 본사와의 협의에 따라 가방,벨트,지갑 등 가죽제품뿐 아니라 의류,구두,주얼리 등 모든 제품의 가격을 5%씩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가방은 579만원에서 550만원으로, 2.55 빈티지 미디엄 가방은 639만원에서 607만원으로 5%씩 인하됐다. 가격을 인상할 때는 20~25%를 단숨에 올리지만,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는 이것 저것 있는대로 잰 다음 찔끔(?) 내린 셈. 이미 잔뜩 올려놓은 것이어서 5% 인하는 사실 ‘간에 기별도 안가는 수준’이라고 소비자들은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한·EU FTA에 따르면 유럽산 의류및 구두는 13%,가죽가방은 8%의 관세가 붙어왔고, 지난 7월 1일부터 즉시 철폐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명품업체들은 ‘협정발효 이전에 들여온 제품이라 어쩔 수 없다’며 가격인하에 늑장을 부려왔다. 그런데도 ‘샤넬 백, 너무나 갖고 싶어’를 외치는 이들이 많으니 샤넬같은 럭셔리 패션업체의 고자세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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