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인 6공화국 비화를 담은 ‘노태우 회고록’을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 3000억원을 건넸다고 밝힘에 따라 김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불법 정치자금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또 이게 사실이라면 김 전 대통령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현실화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0일 “회고록에 나온 것만 보면 정치자금법 위반이긴 한데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며 “수사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측에 3000억을 건넸다. 이 주장이 맞다면 김 전 대통령이 불법정치 자금을 받은 건 20년 전으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돼 관련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문제로 1995년 서울중앙지검에 마련된 특별수사본부에서 당시 형사부장을 맡았던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을 주임검사로 한 수사팀으로부터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공소시효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한 측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만,그의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는 사실상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회고록 공개를 계기로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을 한다면 수사절차상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된 걸로 아는데 조사가 가능하겠냐”고 했다.

결국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라며 회고록에서 감행한 노 전 대통령의 폭로는 김 전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만 불러 일으키는 선에서 ‘해프닝’ 형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홍성원ㆍ김우영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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