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기업 구글이 휴대폰인 제조사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기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계)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 등의 특허 공세를 막기 위한 조치인 만큼 당장의 큰 변화는 없겠지만, 구글과의 ‘무한한’ 협력관계가 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다각화된 OS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ㆍLG도 ‘환영’(?)...그러나 국내 업체 타격 불가피= 15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와 관련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구글플러스에 파트너사 대표들의 축하 메시지를 공개했다.
최대 파트너사인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구글이 깊이 헌신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고, LG전자 박종석 MC사업본부장(부사장)도 “안드로이드와 파트너를 보호하려는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애플,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로드시스 등 경쟁사들의 특허 공세에 구글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휴대폰 업체 수장들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는 39개 제조사와 231개 통신사의 지원으로 매일 전세계서 55만대의 관련 제품이 개통되고 있다. 이에 출시 3년 만에 43.4% OS 시장 점유율(IDC, 2분기 기준)로 노키아 심비안(22.1%), 애플 iOS(18.2%)를 압도하고 있다.
페이지 구글 CEO가 “안드로이드는 앞으로도 무료로 공개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장기적으로 안드로이드 동맹이 느슨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6일(현지시간) 핀란드헬싱키증권거래소에서 노키아의 주가는 9.1% 급등했다. ‘불타는 플랫폼’, ‘추락하는 휴대폰 공룡’ 노키아의 이같은 상승폭은 2010년 이후 최대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 안드로이드 OS 연합의 약화 전망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금’ 간 신뢰 관계, 국내 업체 OS 전략 재정비= 안드로이드에 스마트폰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 역시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내부적으로 구글의 의도 파악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국내 한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혼자서 애플과 상대하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라며 “자칫 파트너사들을 자극해 (파트너사들이) 독자 OS개발을 강화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팬택 관계자도 “달라질 게 전혀 없다. 오히려 안드로이드 진영 관련 특허 소송 쪽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하지만 국내업체들 대부분은 구글과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구글과 모토로라가 강력한 강력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낼 경우, 기존 파트너사들에 대한 지원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애플처럼 폐쇄 정책으로 전환, 무료 OS 정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아직 자신의 생태계를 확산시켜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을 극단적으로 몰고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구글의 인수 의도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 단계를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휴대폰 업계는 이번 사건이 앞으로 삼성전자가 독자 OS인 ‘바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OS 다각화와 함께 ‘독자 OS 개발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연기자 @uh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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