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가정주부 A(36)씨는 최근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 제습기를 사려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판매자 정모(27)씨와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로 택배 송장번호까지 받은 뒤 정씨의 계좌로 20만원을 입금했지만 정작 배달된 물건은 ‘모텔 곽티슈’ 였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 따져 물으려는 A씨에게 정씨는 “술 한잔 산 걸로 생각하라”는 문자를 보낸 뒤 번호를 없애고 자취를 감췄다.
회사원 B(32)씨도 내비게이션을 사려다 비슷하게 불쾌한 경험을 했다. 제품 사진, 판매자 전화번호, 계좌 명의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돈을 보낸 B씨는 다음날 도착한 야구 모자를 보고 사기 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B씨는 경찰에서 “‘이젠 사기를 당한 게 실감이 나느냐’는 정씨의 문자를 보고 더욱 기가 막혔다”고 털어놨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제습기, 타이어 휠 등을 판다고 속인 뒤 다른 물건을 보내는 수법으로 200여명으로부터 38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정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사 결과 정씨는 사기 피해자들에게 ‘당신이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사기당하고 밥은 먹고 다니느냐’는 등의 조롱하는 문자를 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문자를 보낸 이유에 대해 정씨는 경찰에서 “피해자들이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계속 묻는 것에 짜증이 났다”고 어이없는 답변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에 두개의 전화번호를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7∼10일 단위로 번호를 계속 바꿨다”며 “피해자를 우롱하는 듯한 문자까지 보내는 정씨의 뻔뻔함에 많은 이가 어이없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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