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진은 그동안 ‘나가수’에서 그리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제법 적응한 듯하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제대로 포착하는 모습이다.
장혜진의 핵심 역량은 시원한 고음과 미세한 톤 조절 능력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대중의 가슴을 파고든다. 초반 음을 장전해 꾹꾹 눌러 부르다 후반으로 갈수록 몰아치는 폭발력을 발휘한다.
장혜진이 불렀던 ‘가질 수 없는 너’는 이 같은 자신의 무기가 100% 발휘된 곡이다. 노래를 서서히 몰아가는 능력이 원숙하기에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집으로 돌아오면서/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혼자서 되뇌었었지’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널 갖지 못하잖아’, 이 부분은 강하게 터뜨리지 않아도 저절로 터진다. 장혜진이 불러 중간 점검에서 1위를 한 적이 있는 바이브의 ‘술이야’도 애절함이 잘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피처링으로 참가했던 바이브 노래 ‘그 남자 그 여자’를 부른다면 또다시 1등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면 장혜진은 자신과 맞지 않는 노래를 실험과 도전이라는 명분하에 행하다가는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꼴찌를 기록했던 카라의 ‘미스터’ 같은 노래를 다시 부를 경우 재차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노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가수’의 자문위원인 작곡가 김형석이 장혜진에 대해 “항상 안 꺼내놓은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장혜진의 기량이 발휘되지 못할 때가 많다는 뜻이다. 그 기량은 선곡에 크게 좌우된다.
장혜진은 MBC 합창단 출신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당시 인기 가수들의 코러스를 맡기도 했다. 그러면서 1991년 데뷔했다. 매력적인 고음과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을 지녀 이수영의 오리엔털 발라드를 먼저 접하는 듯했다.
‘1994년 어느 늦은 밤’ ‘아름다운 날들’ 등 서정적인 발라드를 남겼지만 스타가 되지는 못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장혜진은 음반기획 제작자 남편(강승호)을 두고 홀로 버클리음대로 유학 가 작곡, 화성악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공부했다. 5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컴백했고, 그 새 나이가 들면서 감정 표현은 더욱 풍부해지고 원숙해졌다. 유학 다녀와 낸 음반 수록곡인 ‘마주치지 말자’는 그 대표곡이다.
장혜진이 유학 후 처음 부른 노래는 2005년 최진실의 컴백 드라마인 ‘장밋빛 인생’의 테마곡이다. 담담한 듯 읊조렸던 그녀의 가창법은 심금을 울리며 스토리의 애절함을 극대화했다.
장혜진은 이수영의 애절한 발라드와 자신을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수영의 발라드와는 느낌이 다르며, 시종 흐느끼는 백지영과도 차이가 있다.
‘나가수’에서 박정현이 졸업하면서 장혜진의 패션도 더 과감해졌다. 기세가 괜찮다. ‘요정’ 자리를 노린다는 말도 나왔다.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시도로 보인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