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 메르켈 중도우파연합 주선거 참패 영향은
좌파성향 정당 지지율 상승
2013년 재선가도에 비상등
7일 구제금융안 위헌 판결
29일 하원 EFSF확대 표결
‘유로존 해법’최대 갈림길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연합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주선거(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정부의 유로존 위기 대처를 둘러싼 독일 내 비난 여론을 추스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주선거 결과와 함께 오는 7일 예정된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존 구제금융에 대한 위헌여부 판결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기능 확대에 대한 독일 하원의 표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의 결정으로 남유럽 재정 위기의 해법 도출이 탄력을 받을지, 난항을 거듭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선택이 이달 말 예정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주선거 줄줄이 참패=메르켈 총리의 지역구가 있는 메클렌부르크와 웨스턴 포메라니아 주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민당ㆍCDU)은 남유럽 국가의 구제금융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평가로 참패했다. 독일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혈세로 그리스 등 부채 위기 국가들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
독일의 ARD방송이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기민당의 득표율은 23.3%로, 2006년의 28.8%에서 하락했다. 반면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ㆍSPD)의 득표율은 2006년 30.2%에서 36.6%로 약진했다. 기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는 3%를 얻는 데 그쳐 5% 미달로 의회 진입이 불가능해졌다.
이로써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중도 우파는 올해 예정된 총 7개 주선거 중 6개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구제금융 지원책에 대한 국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면서 야당인 좌파적 성격의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첫 주선거였던 2월 20일 치러진 함부르크에서는 사민당이 48%를 득표해 제1당이 됐고, 3월 치러진 작센안할트, 라인란트팔츠,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일본의 원전 사고 영향까지 겹쳐 녹색당이 크게 약진하면서 대패했다. 특히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는 58년 만에 기민당이 집권에 실패해 충격을 줬다. 이어 5월 22일 치러진 브레멘에서는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 집권해 독일 연방 주의회 선거 사상 최초로 기민당이 녹색당에 뒤져 제3당으로 밀렸다. 올해 마지막 주선거는 오는 18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유로존 문제 선거 화두=메르켈 총리는 선거전에서 유럽국가 부채 문제를 핵심 의제로 부각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켈 총리가 야당인 사민당과의 정책 차별화를 확실히 하기 위해 유로존 문제를 선거 캠페인에서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독일 정치권의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입장은 양극화돼 있다. 메르켈 총리는 민간채권단을 포함한 공동채무 보증을 반대하고 재정적자 감축을 주장하는 한편, 사민당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유로본드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선택이 심판받는 자리였지만 민심 이반을 막지 못하고 주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함으로써 2013년 재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獨헌재ㆍ하원 선택 촉각=한편, 이달 독일에서는 남유럽 부채 위기와 관련된 중대한 결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오는 7일 독일 헌법재판소는 국제금융 지원이 독일의 헌법과 EU조약을 위배했는지 여부를 판결한다. 또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 하루 전날인 29일에는 독일의 하원(분데스타그)가 EFSF 규모의 기능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법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
독일의 이 두가지 결정은 유로존 위기 해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제금융안이 최상위 법인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판결나면 유로존 지원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고, 하원 표결에서 EFSF의 개혁안이 부결되면 독일이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EFSF의 앞날도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독일 헌재가 구제금융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원에서도 ESFS의 개혁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은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채 만기 상환이 집중돼 있고, 유럽 은행들에 대한 자본확충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유럽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면서도 “독일의 정치상황이 안정되는 이달 말 이후 유로존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