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정치의 정치’를 선언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주말이후 반(反) 한나라, 반(反)MB 노선을 확고히 하면서 ‘안철수 현상’이 돌풍을 넘어 태풍급 신드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주말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한명숙, 박원순 등 유력 후보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단숨에 끌어내면서 안 원장의 정치적 선택의 무게감도 한층 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당초 기성정치와 장외정치간 선명성 대결에서 여당과 반(反)여당의 양자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선거를 내년 총선과 대선 구도의 디딤판으로 활용하고자 했던 기성 정치권과 청와대에는비상이 걸린 셈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1995년 무소속 돌풍의 원조격인 박찬종 전 의원이 무균질 이미지 하나로 기성 정치에 대한 대안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면, 안 원장의 콘텐츠는 ▷탈 이념 ▷시대 정신 ▷소통(SNS) ▷ 행동하는 정치 등으로 외연이 넓다는 점에 주목한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 교수는 “서울시민은 대한민국의 시대흐름을 읽는 지표가 되는 세련된 유권자들”이라며“이들은 기존 보수ㆍ진보의 칙칙한 정치를 철폐하려는 매력적인 후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안 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물결이다, 저도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이라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던 바로 그 대목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원장은 한국 사회를 이념이나 계층으로 나눠 보지 않는다” 며 “세대나 계층ㆍ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면 안철수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원장과 기성 정치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가 ‘소통(방식)’ 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윤 전 장관은 “지금껏 그래왔지만 (출마가 확정되면) 정규군이 아닌 의병이 싸우는 방식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부단히 이슈와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선거에 나서면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힐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안 원장의 인기 뒤에는 거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미지(인물) 정치, 세력과 정책이 취약한 무당파 정치의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그 것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서울 시민들은 시장을 뽑을 때 단순히 분위기나 선거 바람보다는 후보의 역량, 비중, 비전 등 지도자로서 면모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면서 “이번 선거도 결국에는 정당을 중심으로 한 인물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더 직접적으로 이미지 정치의 한계를 꼬집었다.
홍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로서는 (안 원장의 높은 지지율을) 인기투표로 봐야한다” 고 전제한 뒤 “선거는 제일 중요한 것이 구도와 정책, 그다음이 인물”이라고 말했다.
<양춘병ㆍ조동석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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