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그들은‘한국’에 열광하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2011-09-06 10:56
최근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TV 사옥 앞에서 벌어진 6000명의 반한류 시위가 여러 면에서 우려를 낳았다. 이에 한창 물오른 K팝 한류가 희생양이 될까 하는 우려로 이어졌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지난 2~4일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인 도쿄 스페셜 에디션’ 공연에 모두 15만명이 들어찼다. 도쿄돔은 일본 최고 인기가수와 해외 뮤지션이 선망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콘서트홀일 뿐 아니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다. 1년 내내 열도에서 가장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오는 일본 대중문화의 금자탑인 셈이다.
일본 시장에 데뷔조차 하지 않은 걸그룹 f(x)에 대한 현지 관객의 뜨거운 반응은 주목할 만했다. 공연 초반, 멤버 설리가 등장하자마자 돔 전체가 들끓었다. 다른 출연진과 달리 한국에서 한국어 노래로만 활동해 왔지만 인지도와 인기도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이들이 무대 중간 “내년에 정식으로 일본 활동을 하게 됐다”고 외치자마자 커다란 환성이 장내를 뒤덮었고, “많이 기대해달라”는 코멘트에는 “네!”라는 한국어 대답이 객석에서 쏟아졌다.
일본 팬들의 열광보다 더 의미심장한 게 있었다. 공연장에서 애초 ‘국가(國家)’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관객은 좋아하는 가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대형 이벤트를 즐기러 왔을 뿐 ‘한국’에 열광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얼마전 파리와 런던의 K팝 팬들이 흔들었던 태극기를 여기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각각 SM과 동방신기를 상징하는, 국적불명의 분홍과 빨강 야광봉이 객석을 메웠을 뿐이다.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는 “만약 한국 지상파 방송에 중국 문화 콘텐츠가 대거 유입될 경우 비슷한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소수 문화 국수주의자의 움직임일 뿐이라는 얘기다. 중요한 건 정치ㆍ외교적 정서에 동요할 시간을 아껴 국가의 경계를 무색케 하는 놀라운 콘텐츠를 계속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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