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얼마나 답답할까…마음이 울어요”
뉴스종합| 2011-09-09 11:23
TV보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시작

매달 30만원씩 수년째 모아 기부

5년간 3명에 잃어버린 시력 찾아줘

무료급식소 만드는게 가장 큰 소망

“아휴, 전 할 말이 없어요. 적은 돈으로 이웃을 조금 돕는 것 뿐인데…. 그냥 무식쟁이 식당아줌마예요.”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 인근에서 5년째 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는 윤송희(54) 사장은 기자의 인터뷰 제안에 몇 번이고 손사래를 쳤다.

“그저 매달 단돈 몇십만원을 기부하는 것일 뿐”이라며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겸손한 그의 말과는 달리 윤 사장은 지난 5년간 3명의 시각장애인에게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을 선물해왔다. ‘최소한 쌀이 떨어져 밥을 굶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3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각각 10만원씩 30만원을 정기기부하고 있다. 매달 30만원, 그 작은 실천이 모이다보니 어느덧 그가 기부한 돈은 1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장어 원가 폭등으로 매출 떨어졌지만…기부는 멈출 수 없어=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답답할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부의 계기가 됐다.

윤 사장은 “직접 눈을 가리고 걸어보니 너무 힘들더라. 이 분들이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렵겠다 싶었다. 나중에 누군가를 돕게 된다면 꼭 시각장애인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본격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2006년께.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물수건 공장 사업을 접고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장어가게를 인수하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였다. 하늘이 도왔는지 가게를 인수하자마자 매출이 뛰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저녁시간만 되면 가게 앞은 줄을 서있는 손님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기부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는 “우리 동네에 사는 형편이 어려운 시각장애인을 돕기로 결정했다. 동사무소에 가서 이런 뜻을 전달했고, 동사무소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연결해주어서 기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실장어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원가가 폭등했다.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배 가까이 오른 것. 그렇다보니 판매가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처에 있던 북부지방법원과 검찰청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가격은 오르고 손님은 예전보다 줄어들게 된 것.

윤 사장은 “매출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기부를 멈출 수는 없다. 큰 돈도 아니지만 내가 갑자기 멈추면 장애인분들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저금통 기부ㆍ음식 무료로 제공… “무료급식소 만드는 게 내 꿈” =윤 사장은 정기기부뿐만 아니라 생활 속 작은 기부와 봉사활동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저금통 기부가 대표적인 예다. 방법은 간단하다. 돼지저금통에 매일 장사를 하다 남은 잔돈 등을 넣고 꽉 차면 지역 내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가져다준다. 2009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3년째다.

저금통 기부에 얽힌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보고 돕고 싶은 마음에 돼지저금통을 들고 거주지로 찾아갔더니 사실 부유한 집안에 살고 있었던 것. 겉차림만 보고 당연히 형편이 어려운 노인일거라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그는 “그 이후엔 동네 반장을 통해 저금통 기부를 하고 있다. 지역 내 정말 어려운 분을 위해 써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3명의 시각장애인에게 매월 30만원씩 기부를 해 온 윤송희 태릉 고향풍천장어 사장은 “기부는 삶의 활력소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1100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지난해에는 매달 10명씩 장어탕을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지역 내 독거노인이 한 달에 1번만이라도 영양보충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 동사무소에서 독거노인 주소록을 받아와 6개월치 쿠폰 6장을 봉투에 넣어 일일히 집으로 발송했다. 하지만 지역 내 독거노인이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촌이 가게와 좀 떨어져 있어서인지 직접 찾아오는 어르신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윤 사장은 “거리가 멀어서인지 많이 못 오시더라. 직접 모시러 갈 수도 없고 좀 안타까웠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자꾸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겨서 마음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고민 때문에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해보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바쁜 가게 일 등으로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이런 고민과 나름의 시행착오 때문이었을까. 그는 앞으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윤 사장은 “나이 드신 분들 점심 챙겨드리는 봉사활동을 한 적도 있다. 기회가 되면 무료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어르신이 한 끼라도 따뜻한 밥을 드시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부가 생활의 활력소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늘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며 웃어보이는 윤 사장. 그의 얼굴에서 아름다운 ‘기부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박수진 기자 @ssujin84>

sjp1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