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너무나 극사실이어서 오히려 추상적..이광호의 ‘붓질의 애무,Touch’
라이프| 2011-09-10 09:20
선인장의 촘촘한 잔가시와 솜털이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됐다. 극렬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진 가시와 솜털은 마치 꽃처럼 피었다. 현미경으로 선인장을 들여다보면 이럴까.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조현화랑(대표 조현)에서 열리고 있는 이광호(44) 작가의 개인전 ‘터치(Touch)’는 극사실회화의 묘미를 한껏 보여준다. 그런데 너무나 극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추상처럼 다가온다. 우리 주위 일상의 소재를 독특하게 재현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 최근작 ‘선인장’ 시리즈와 ‘풍경’시리즈 등 28점을 출품했다.

이광호의 ‘선인장’ 그림은 미세한 하얀 실선들이 무수히 겹쳐 완성된 것이다. 작가는 이를 ‘애무의 흔적’이라 했다. ‘붓질의 애무’인 셈이다. 이광호는 선인장의 미세한 혈관을 실타래처럼 풀어내며 그린다. 수없는 붓질과 나이프의 흔적을 남기고, 문지르거나 둥근 붓으로 두드려가며 화폭에 터치를 더한다.

이광호가 선인장을 그리게 된 것은 서울 종로의 꽃집을 지나다가 우연히 선인장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 작가는 "선인장이야말로 촉각적인 요소와 시각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표현하기 아주 적합한 소재”라고 말했다. 그의 선인장 연작 중에는 식물을 뛰어넘어 동물적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또 사실성과 추상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선인장을 이렇게 양면적으로 색다르게 표현했다는 게 이광호 작업의 매력이다.

전시에는 ‘선인장’ 시리즈 외에 ‘풍경’ 시리즈도 나왔다. 푸르른 수풀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 바람의 움직임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대상의 묘사는 사라지고, 반복적 붓질과 나이프의 흔적, 물감의 충만이 보인다. 이광호 ‘터치’(Touch)전은 오는 10월 2일까지 열린다. 051-747-8853.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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