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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는 정전으로 인한 피해, 보상 받을 수 있나
뉴스종합| 2011-09-16 09:50
회사원 김모 씨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사무실이 암흑으로 변하자 눈 앞이 더 캄캄해졌다. 미처 저장하지 못한 프레젠테이션 일부분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컴퓨터에 자료를 저장해놓지 않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면서도 70년대에나 볼법한 예고없는 단전에 더 화가 치밀었다.

지난 15일 약 5시간 동안 162만 가구를 혼란에 빠뜨린 정전으로 인해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SNS에는 김씨처럼 분통을 터뜨리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단전으로 공장이 멈춰서거나 양식장의 어류가 떼죽음을 당한 것과 같은 구체적인 물적 피해는 물론이고 영문도 모르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공포 같은 무형의 정신적 피해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전력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전력 공급이 중단돼 손해가 발생해도 한전의 직접적인 책임 때문이 아니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명시돼 있어 한전이 알아서 보상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를 통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 상황 급변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 사이에선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집단소송 움직임도 엿보인다. 예비전력이 100kW미만으로 떨어질 경우에 단전을 할 수 있다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점, 아무런 예고 없이 전기를 끊으면서 혼란을 키웠다는 점 등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한 변호사는 “피해가 명백하다 하더라도 한전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판례는 소송 움직임을 망설이게 한다. 지난 2005년 이후 정전을 이유로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 26건 가운데 한전이 패소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한전의 과실은 10%만 인정됐다. 다만 한 판사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판례와는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정전으로 인해 발생한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해 한전의 보상 책임범위를 확대한 것은 이번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유리하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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