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거물 로비스트의 열린 입…메가톤급 후폭풍일까 꼬리자르기 노림수인가
뉴스종합| 2011-09-16 10:13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거물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71·구속기소)씨의 굳게 닫힌 듯했던 ‘빅 마우스’는 완전히 열리는 걸까.

‘4개월여간의 캐나다 도피→전격적인 자진 귀국(8월 28일)→구속(8월 31일)’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추석연휴 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도 신빙성 있는 로비 대상자를 좀체 밝히지 않던 그가 청와대 홍보수석 김두우(54)씨를 지목했다.

대검 중수부는 즉각적으로 공소제기일(16일) 전날 김씨에게 다음 주 중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15억원을 받았지만, 정·관계 로비에 쓴 게 아니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줄곧 주장했던 박씨의‘드라마틱’한 정보 흘리기 혹은 자백쯤 된다.

박태규씨의 ‘열린 입’은 정국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십 수년에 걸쳐 정·관·언론계 인사와 친분을 쌓은 까닭에 부산저축은행 측 구명로비 역할을 맡은 박씨가 유력인사들에게 ‘뒷 돈’을 건네 로비스트로서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고 했으리란 추론은 상식선이어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두우씨가 수사 대상에 오른 점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이 그동안 주변부에서 칼을 갈다 곧바로 청와대 인사로 치고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중수부 관계자는 불과 이틀(14일) 전만해도“(15억원을 사용처에 대해) 박씨를 설득하고 추궁도 했지만 일관된 진술이 아니다. 아직까지 정치인과 청와대 인사에 대한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바꿔 말하면 박씨와 김씨 간 금전 거래의 흔적을 찾았고, 여기엔 박씨의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과 김두우씨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짙게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씨 조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금융계,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는 개연성도 내포하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미 여야의 중진 의원 이름이 담긴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은 박씨의 입에 떨고 있다지만, 그가 꿰차고 있는‘판도라의 상자’는 활짝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캐나다 도피 직전 자신의 존재가 알려져서는 안된다고 측근들에게 당부했던 그다. 굳이 유력인사를 추가 자백해서 자신의 형량을 높일 이유도 없다. 박씨는 ‘꼬리자르기’ 대상으로 김두우씨를 택했을 수 있다.

검찰은“(기소 이후에도 연루된 유력인사가)나오면 나오는 대로 원칙에 따라 간다”고 의욕적인 수사 방침을 밝히고 있다. 로비스트 박태규와 검찰 간 퍼즐맞추기 본게임의 막은 이제 올랐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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