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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샐러드’ 팔고 나몰라라 환불로 끝낸 ‘커핀 그루나루’… 커피전문점 위생상태 심각
뉴스종합| 2011-09-23 10:14
직장인 A(34ㆍ여)씨는 지난 22일 아침식사를 위해 직장 근처의 커피전문점 ‘커핀 그루나루’에서 로스트 치킨 샐러드 한팩을 구입했다. 절반쯤 먹었을까 A씨는 채소를 씹는 입안에서 순식간에 쓰디쓴 맛과 함께 흙을 씹는 기분을 느껴서 뱉어보니 치커리 밑부분에 절반은 진흙 상태인 쌀알만한 돌과 흙이 다량 섞인 것을 확인하고 기겁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진 A씨는 근무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곧장 매장에 달려가 물었지만 매장에서는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샐러드 가격인 6800원 환불이 조치의 전부였다. 샐러드를 직접 만든 매장 직원은 “조리는 했지만 재료는 미리 준비된 것을 사용했다. 흙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치커리는 흐르는 물에 대기만해도 씻기는데 진흙덩어리가 나왔다는 건 아예 씻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진흙과 함께 잔류농약까지 그대로 섭취한 것 같아 걱정스러웠는데 떨떠름한 사과 태도까지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전문점의 비위생 실태가 심각하다. 커피전문점이 커피 등 음료 이외에 샐러드, 샌드위치, 수프 등 간단한 식사류까지 판매하며 손님끌기 경쟁에 나섰지만 메뉴 다양화의 속도에 한참 뒤쳐진 위생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순자(한나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확보한 ‘최근 3년간 외식업 관련 적발업소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올 6월말까지 식약청에 의해 위해내역이 적발된 커피전문점 상위 5개사는 총 130건으로 30건에 그친 패밀리레스토랑 그룹에 비해 위생관리에 한층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위반 내용은 세균수 기준초과, 대장균군 양성, 이물 혼입, 위생교육 미필 등으로 다양했다. 실제 ‘진흙 샐러드’를 판매한 커핀 그루나루 본사 관계자는 “식자재는 매장별로 본사에서 공급하기도 하고 매장이 직접 사입해서 사용하기도 한다”며 “식자재 및 식기류 세척법 등에 대한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날 것 그대로를 먹는 샐러드의 경우, 세척이 특히 중요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점은 충격적이다. 식약청이 박순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농산물 잔류농약 검출 자료’에서 총 141건의 전체 조사대상 농산물 중 상추(167건), 깻잎(165건), 쑥갓(122건) 등 날 것 그대로를 먹는 쌈채소들이 잔류농약 최다 검출 농산물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로부터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엔도설판을 비롯, 프로시미돈, 디에토펜카드 등 농산물별로 최대 40개의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박순자 의원은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많이 검출되고 있지만 제대로 씻지 않고 조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들의 건강권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외식업체에 대한 지도ㆍ단속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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