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유럽발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취지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박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유럽 경영ㆍ기술학교에서 영어로 행한 연설에서 “오바마가 상반되는 생각을 할지언정 나는 유럽의 문제가 미국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 자신을 위해 결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는 것이 훨씬 쉽게 마련”이라며 “나는 미국 정부에 조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6일 ‘가상 타운홀미팅’에서 한 ‘유럽위기 전이’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글로벌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유럽의 부채위기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의 관리들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그같은 조치들이 조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쇼이블레 장관은 그리스 등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해법의 하나로 4400억유로로 책정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증액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데 대해 “멍청한 생각”이라면서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는 EFSF 증액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기금 증액은 결국 다른 회원국이 자신들의 ‘AAA’ 등급을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전날 NTV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필요하면 작동할 수 있도록 (4400억유로의 EFSF이라는) 수단을 줬다”며 “우리는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지만 규모를 확대할 의사는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유로권이 위기 해소를 위해 EFSF를 대폭 증액할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