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친환경차 ‘글로벌 빅뱅’ 온다
뉴스종합| 2011-10-04 11:25
배터리시장 3~4년내 격변

공급과잉에‘ 치킨게임’불보듯

완성차 과다한 투자액 부담

하이브리드 특허전쟁 예고도


미래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차에 대한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시장 판도가 재편되는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차 관련 핵심 분야 중 하나인 배터리 산업에서 향후 3~4년 내 가격 급락에 따른 격변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성장성만 믿고 수많은 업체들이 시장이 뛰어들면서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아 업체들이 제 살을 갉아먹는 ‘치킨게임’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최근 공급과잉으로 인해 오는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친환경차용 배터리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업체 20개사 가운데 살아남는 기업은 5개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0년에는 배터리 가격이 현재의 35~40%에 불과한 kWh당 35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관측은 차종별 수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동차 수요 예측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오는 2016년 클린디젤을 제외한 나머지 친환경차 수요는 많아야 51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카가 465만대, 전기차가 34만대,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가 최대 10만대 수준이다.

반면 배터리 공급은 시장수요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는 데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미래 친환경차 수요 예측은 인프라가 갖춰지고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확정될 것이라는 예상 등에 근거를 두고 있어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더욱 큰 충격이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친환경차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배터리업체 옥석가리기는 친환경차 빅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수요 트렌드도 친환경차 빅뱅을 가져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친환경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이후 시장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해당 업체에는 만만치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저속전기차 업체와 중국 BYD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속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던 국내업체들이 시장 수요 부족과 정부 보조금 정책 지연으로 힘겨운 상황에 직면했고, 한때 고속전기차 시대를 이끌 것으로 주목되던 중국 BYD도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서는 등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글로벌 특허전쟁도 친환경차 빅뱅을 이끌 잠재적 변수로 지목된다. 친환경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데 이미 특허를 선점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후발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글로벌 특허전쟁의 확산과 산업의 경쟁구도 변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 내 규모가 가장 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어서 필요한 특허 포트폴리오 범위가 넓어 모든 업체가 특허소송에 취약하다”면서 “향후 시장이 본격 확대되면 자동차 업체와 특허권 관리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특허전쟁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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