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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SNS에 파괴된 띄워쓰기
뉴스종합| 2011-10-07 09:59
오는 9일이면 565돌 한글날을 맞지만 최근 문자메시지(SMS)와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국어 실력의 기본이 되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능력이 청소년 층 사이에서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해마다 수험생들이 대학 입시 때 치르는 논술고사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교육계와 국어 학계 일부에서는 “한 세기 뒤면 우리말에서 ‘띄어쓰기’가 없어지고 ‘맞춤법’도 심각하게 파괴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6일 다수의 학원 논술강사와 논술 채점 대학교수들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띄어쓰기와 맞춤법에서 특히 취약했다.

이들은 “논술을 첨삭하다 보면 500~600자 원고지 1매에 많게는 8~10개의 오류를 발견하는데 그 중 잘못된 띄어쓰기가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가령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아버지께서 방에 들어가신다)’ 같은 실수가 숱하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 대입학원의 수시모집 담당자는 “학생들이 문자메시지 보내고 카카오톡을 할 때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는 바이트(byteㆍ처리 가능한 정보의 기본단위) 때문에 글자 수가 제한돼 있고, 트위터도 140자만 등록이 가능하다.

또 대학 논술고사에서 원고지가 가로줄 용지로 대체되고 학생들이 문서 작성할 때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다 보니 띄어쓰기에 소홀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대입학원의 논술강사는 “칸을 나눈 원고지가 없어지니 아이들이 글을 너무 편하게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논술고사 시험지에 제대로 된 맞춤법을 적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바뀌었다’를 ‘바꼈다’로 쓴 문장을 보고 기겁을 했다”며 “아무 곳에서나 쓸 데 없는 말줄임표(…)가 들어가거나 ‘ㅋㅋ’ ‘^^’ 같은 이모티콘을 적거나 ‘계획’이란 우리 말 대신 ‘로드맵(Road Map)’이란 외래어를 버젓이 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신상윤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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